지난달 정식 출범·고등과학원/명효철 원장 직대

지난달 정식 출범·고등과학원/명효철 원장 직대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1996-11-03 00:00
수정 1996-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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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기초과학수준 세계 10위권 목표”/기초과학 발전은 문화적 토양이 가장 중요/민간·정부 등의 관심과 후원이 절대 필요/과학은 국가경제 엄청난 기여…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와 인력 양성을 표방한 고등과학원(KIAS)이 지난 10월28일 정식 출범했다.부원장으로서 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이는 명효철 박사(60).명박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학과 교수이며 대수이론의 대가」로 소개됐지만 정작 국내에서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않다.전공분야가 순수 이론분야인데다 지난해 7월 귀국하기까지 29년을 미국(주로 노던 아이오와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를 만나 고등과학원의 앞날과 개인적인 학문역정을 들어보았다.

­고등과학원은 현재 세계 22위권인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수준을 21세기 초까지 10위권 이내로 도약시키고 노벨상까지를 겨냥한다는 취지로 설립됐습니다.하지만 설립 첫해에 수학분야 석학교수 1명과 연구원3명,원장도 없는 부원장 직무대행 체제라는 것은 뭔가 불안한 출발 아닙니까.▲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기 바랍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원도 겨우 5명의 수학자로 출발했습니다.그들 모두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이긴 했습니다만.우리의 경우 미국처럼 민간 후원자들을 유치하려던 당초 계획이 어긋나면서 설립 일정에 다소 차질이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기초과학 육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로 제방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노벨상 수상자인 양 첸닝,필즈 메달 수상자며 고등과학원 석좌교수로 초빙된 젤마노프교수도 국내 강연에서 지적했듯이 기초과학이 꽃피는데는 문화적 토양이 중요합니다.민간,정부,일반 국민의 학문에 대한 열정,관심과 후원이 절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는 순수과학에 대한 투자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요.

▲그것은 일본의 예를 보면 쉽게 교정될수 있다고 봅니다.일본은 최근 5∼6년의 경제 침체 원인을 응용 기술에 너무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하면서 기초 과학기술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또 일본의 응용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외쳐 오던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이 오류였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미국의 기초과학 능력이 최근에 쏟아내고 있는 엄청난 경제적 위력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바꾸게 된 거지요.프린스턴 고등연구원은 가장 우수한 인재를 뽑아 가장 깊이있는 연구를 해 달라는 요구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최고의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지요.하지만 지난 65년동안의 연구성과를 분석한 결과 그 어느것도 응용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과학은 당장 쓰이는 것이 아니라도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 엄청나게 기여하는 것입니다.우리도 이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때가 됐습니다.

­앞으로 운영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수학은 이미 젤마노프교수와 버클리대·컬럼비아대 박사,모스크바대 박사출신 러시아인 연구원등이 확보됐고 물리는 내년 3월,생물·화학은 내년 9월 연구 개시를 목표로 인선할 계획입니다.연구원은 영구직은 없고 모두가 계약직으로 할 계획입니다.노벨상이나 필즈 메달상급의 석학교수는 1∼7년,교수는 1∼3년,박사후 과정이나 박사학위후 5∼6년 이내 조교수급을 받는 신진 정예 연구원은 2∼4년으로 기간도 못박았습니다.창의력이 가장 좋은 시기에 최고의 교수진과 영감을 나누며 좋은 연구성과를 내자는 취지지요.수학의 경우 지난 여름 해외 학술지에 모집광고를 냈는데 외국인 3분의 1을 포함해 70명의 박사가 응모해 경쟁이 치열했습니다.분명히 말하건대 연구원과 교수의 연구업적 외에는 고등과학원을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인정받게 할 방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태 이론물리연구센터가 한 건물에 입주했는데 어떤 관계를 맺게 됩니까.

▲같은 이론 물리 분야를 갖고 있으므로 함께 있으면 연구활동에 좋은 상승효과를 가져오리라 기대합니다.노벨상 수상자인 양 첸닝이 소장으로 지도에 나서는 만큼 연구 수준이나 분위기도 한층 제고되리라 봅니다.

­70년 미시간 주립대 박사학위 논문과 75년 후속 논문으로 유명해져 하버드대 물리학팀과도 공동연구를 활발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어떤 내용입니까.

▲1948년 대수학의 세계적 대가인 시카고 대학의 앨버트 교수가 제시한 미해결문제중 가장 오래된 문제를 75년도에 완전히 해결했는데 이를 보고 하버드대의 이론 물리학자 산틸리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당시 물리학의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이론을 수학적으로 일반화시키는데 제 이론을 응용하고 싶다고요.78년부터 10년동안 하버드를 오가며 공동 연구를 했습니다.노벨상 수상자인 양 첸닝,프리고진 교수와 수리물리학회지를 창간,편집인 활동도 같이 했지요.하지만 90년대 이후는 순수수학으로 돌아와 미분기하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신연숙 기자>
1996-11-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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