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체제 전환 성공한 헝가리(동구의 현재와 북한의 앞날:하)

시장경제체제 전환 성공한 헝가리(동구의 현재와 북한의 앞날:하)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1996-10-30 00:00
수정 1996-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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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정책 7년… 동구의 리더 부상/정치 안정… 서방의 동유럽투자 50% 유치/북한,한국기업 진출 늘자 관계복원 부심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중부 유럽의 진주로 불린다.다뉴브강이 부다와 페스트지역을 가로지르는 이 곳은 오스트리아의 빈과 어깨를 겨루는 매혹적인 도시다.그러나 이곳도 사회주의체제 시절은 어두운 회색의 도시였다.지난 44년 소련 지배하의 공산정권 수립후 56년에는 그 유명한 반소·반공 민중항쟁인 부다페스트 민중항쟁이 일어났고 소련군의 탱크에 의해 자유의 깃발은 1만5천명의 사망자와 함께 무참히 짓밟혔다.

헝가리가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점진적인 개방정책을 취한지 이제 7년여.헝가리는 이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혁명을 통해 사회주의체제가 급격히 붕괴한 루마니아가 아직도 사회주의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0월23일.부다페스트 혁명 40주년을 맞은 부다페스트의 거리는 차가운 늦가을비가 내렸음에도 시민들의 얼굴은 밝았다.시내 중심가인 코슈트광장에는항쟁을 기리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았고 항쟁의 진원지였던 이곳에는 이날 기념비가 두개 세워졌다.주변에서는 시민악단들의 음악 콘서트와 학생들의 그림그리기 대회,시민 마라톤대회가 축제분위기를 돋웠다.그러나 불과 7년여전만해도 헝가리 국민들은 민중항쟁을 입에 올리지도 못했다.그러나 지금은 그시절을 상징하던 1만여개의 마르크스·레닌·스탈린의 동상은 대부분 파괴되고 나머지는 부다페스트 외곽 동상공원에 쓸쓸히 방치되어 있었다.

헝가리가 루마니아와는 달리 안정과 개혁의 대열에 들어선 것은 정치적 안정과 점진적인 개방정책때문이다.루마니아가 경착륙한 사회주의체제였다면 헝가리는 연착륙한 케이스.헝가리는 사유화 작업 7년만에 이미 70%의 사유화를 달성했고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유럽연합(EU)등 서방국가들의 동구 구공산권에 대한 투자도 50%가 헝가리에 쏠렸다.한국을 제외한 서방국가들이 루마니아를 외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발로프 안드라스(Balogh Andras) 헝가리외교연구소장은 『공산시절 우리에게는 발전할 뿌리가 없었다』면서 『사회주의를 포기한 지금 개방의 가속도가 붙었으며 20세기말까지는 EU에 가입함으로써 개혁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헝가리 국민들은 자신들이 구체제로 상징되는 동유럽보다는 중유럽으로 불리길 원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56년과 84년 두차례나 헝가리를 방문하는등 40년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그러나 89년 우리와 헝가리의 수교를 계기로 부다페스트 대사관을 폐쇄했고 김일성의 아들인 김평일 주헝가리대사도 소환했다.북한의 주폴란드 대사가 현재 영사업무등을 겸임하고 있다.최근 북한은 헝가리가 개혁에 성공하자 상사요원들을 파견하고 「김일성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요원들을 파견해 대사급 외교관계 복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헝가리측이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 현지 외교가의 설명이다.한국과 헝가리는 89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삼성·대우·금성 등이 이 지역에 진출했고 삼성이 생산하는 TV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구공산권체제에서 연착륙에 성공해 서방으로 진출하고 있는 헝가리와 일거에 경착륙한 루마니아의 지난 7년간의 변화는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앞날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크다.〈부다페스트=김경홍 기자〉
1996-10-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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