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숙박비로 아파트 한채 값/검찰에 적발된 호화·도박관광 실태

호텔숙박비로 아파트 한채 값/검찰에 적발된 호화·도박관광 실태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1996-10-29 00:00
수정 1996-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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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의원이 1만불짜리 보석 구입/도박으로 하루 6천만원 통큰 20대/술값으로 2천만원쓰고 “내 돈” 큰소리

검찰의 수사로 밝혀진 해외 여행객들의 호화사치,도박행태가 상상을 뛰어넘어 충격적이다.

루비 한개에 3천4백만원,하룻밤 도박에 5천2백만원,기생파티 등 술값에 2천1백만원,특급호텔 숙박비에 1억6천만원….웬만한 전세값,집값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해외여행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적발된 사람은 모두 법정경비인 현금 1만달러와 신용카드 사용액 5천달러 등 1만5천달러(1천2백만원)를 초과해 사용한 여행객들이다.검찰이 칼을 빼든 이유를 능히 짐작할 만하다.

특히 과소비행태가 특정 부유계층의 범주를 넘어 보편화돼 가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건설사 사장,무역업체 사장,외국어학원장,중소자영업자를 비롯,전문직 종사자가 주를 이룬다.

사회지도층인 교수와 지방의회의원은 물론,관광사 대표,교직원,학원강사,대기업사원 등도 골고루 끼어있다.정·관·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은 적발되지 않았다.

서울의 K대 교수는 1만달러짜리 보석을,P광역시 이모 관광협회이사장은 1만5천달러 롤렉스 시계를,J도 도의원은 1만달러짜리 보석을 산뒤 신고하지 않고 입국했다.

과소비 사범의 쇼핑대상은 스위스제 고급시계,다이아몬드·루비·에메랄드 등 보석류와 모피로 개당 2천만∼3천만원을 호가한다.특히 호화사치 쇼핑객들은 입국시 아예 세관에 신고도 하지않고 품속이나 짐속에 몰래 숨겨 들여왔다.연령별로는 40∼50대가 대부분이다.

여행사 대표 오모씨는 여행객들의 과소비를 부추긴 얌체족.자신은 출국하지 않고 여행가이드에게 자신의 카드를 준뒤 단체관광객들에게 「반품불가 및 입금확약」 각서를 받은뒤 1만8천달러어치의 쇼핑을 시켰다.사용액의 20∼30%를 리베이트로 챙기기 위해서였다.

도박 사범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애틀랜틱시티·LA,마카오,필리핀을 무대로 블랙잭·바카라·룰렛게임으로 하루에 4천만∼6천만원을 탕진했다.20∼30대가 상당수로 한번에 500∼1천달러를 베팅하기도 했다.

중동의 왕족 행사를 하는 졸부도 많았다.임원급 회사원인 박모씨는 10여 차례에 걸쳐하와이,호주를 드나들며 최고급 호텔에 투숙,3개의 신용카드로 22만달러를 쓰는 배짱을 부렸다.숙박비 등 직접경비의 초과사용은 처벌되지 않는 관련규정의 약점을 파고든 사례다.

이모씨는 20일간 주지육림의 생활을 하며 술값으로만 2천1백만원을 썼다.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내돈 내가 쓰는데 무슨 참견이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이같은 과소비 현상을 반영,여행수지적자는 올들어 6억달러를 웃돌고 있다.1인당 국민소득을 갓 1만달러 넘긴 현실에서 3만달러 이상의 선진국 사람보다 더한 분에 넘친 행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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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유화와 개방화의 물결을 잘못 이해하는 소비행태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박선화 기자〉
1996-10-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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