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의 본관 오른편 수목이 울창한 종합관 주변은 원래 평화와 진리와 낭만이 가득한 품위로운 장소다.이 대학에 종사하는 모든 이가 이곳을 사랑하고,이 대학을 거쳐간 동문·방문객들이 여기를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로 기억하는 곳이기도 하다.그런데 이곳이 엉망진창으로 깨어진 폐허로 변했다.
점거 학생들이 진압된 다음날,나는 분명히 우리학교 학생들도 가담했을 피해의 이 대학에 대해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연대를 방문했고,이참에 피해현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온 서강대의 박홍 총장은 구슬땀을 흘리면서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써놓은 낙서들을 수첩에 옮겨적고 있었다.박총장은 나에게 전단 한장을 보여주었는데,『팟쇼 앞잡이 박홍은 듣거라!너뿐 아니라 너의 처자까지 엄중히 처치할 것이다무궁화 결사대』라는 협박장이었다.나는 『박총장이 처자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지요』라고 농담을 했고 박총장은 껄껄 웃었다.
종합관으로 오르는 돌계단부터 마모되어 부스러졌고,집기와 돌무더기가 흩어진 복도와계단은 점거자가 불지른 여진이 가득히 남아 숨쉬기도 어려웠다.전쟁이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고 『불행중 다행이구나』싶었다.이 모양으로 폐허가 될 지경이라면 우연사고로라도 한 두명의 사망자는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학생이 죽지않은 것은 하늘이 도운 기적이라 생각된다.어떤 일이 있어도 꽃다운 청춘이 허무하게 죽어서는 안된다.
파괴현장에서 지성의 흔적,양심의 흔적을 찾는다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폐허의 건물안을 살피면서 그래도 점령자가 학생이었으니까 그러한 자취가 없을까하고 목마르게 찾았다.그러나 내눈에 그런 자취는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반대의 형국이 눈에 띌 뿐이었다.종합관 3,4층의 언어실습실과 영상실습실,녹음실 등의 녹음기,TV,앰프시설등이 모두 못쓰게 되었는데 하나하나가 쇠파이프로 콕콕 찍어서 망가진 것이 분명했고,벽에 세워진 기둥시계·액자·책상유리들도 일부러 찍어 놓았다.공방전에서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분명 진압이 끝난후에 내걸었을 플래카드에는 「우리의 양심을 믿어주십시오한총련」이라고 씌어있었다.남의 대학에 들어가서 구석구석 파괴해 놓고 사과한마디 없이 자신들을 옹호하는 그 플래카드의 양심을 믿기가 어려웠다.
종합관 입구에는 「집에 가고 싶어요!」「아빠 엄마가 보고 싶어요」라고 반듯반듯하게 페인트로 써놓았다.이 문구를 보면서 나는 그들의 옳지못한 간교한 꾀를 여기서도 보게 되어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전투를 치르는 마당에 「아빠,엄마」가 도대체 무슨 소리며,남의 대학을 다 때려부순 마당에 「집에 가고 싶어요」가 무슨 말인가?나 역시 대학인으로서 학생들이 이렇게 된데 대해 책임을 지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그리고 학생의 모든 잘못은 우리같은 기성세대의 잘못에 원이 있다고해도 변명할 말이 없다.그러나 그들의 이같은 교활성만은 질책하고 싶다.학생지도에 있어서 가장 난점은 그들의 교활성임을 학생지도를 해본 사람은 다 안다.차라리 『나는 혁명전사요』『공산주의자요』라고 떳떳이 말한다면 대화할 수 있고,고칠수도 있고,서로 사랑할 수도 있다.그들은 젊다.누가 그들을 교활한 거짓의 청년으로만들고 있는가?그런 것을 가르치는 이데올로기나 전략전술은 악이다.
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모두가 합심하여 나서야 할 때이다.
점거 학생들이 진압된 다음날,나는 분명히 우리학교 학생들도 가담했을 피해의 이 대학에 대해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연대를 방문했고,이참에 피해현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온 서강대의 박홍 총장은 구슬땀을 흘리면서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써놓은 낙서들을 수첩에 옮겨적고 있었다.박총장은 나에게 전단 한장을 보여주었는데,『팟쇼 앞잡이 박홍은 듣거라!너뿐 아니라 너의 처자까지 엄중히 처치할 것이다무궁화 결사대』라는 협박장이었다.나는 『박총장이 처자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지요』라고 농담을 했고 박총장은 껄껄 웃었다.
종합관으로 오르는 돌계단부터 마모되어 부스러졌고,집기와 돌무더기가 흩어진 복도와계단은 점거자가 불지른 여진이 가득히 남아 숨쉬기도 어려웠다.전쟁이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고 『불행중 다행이구나』싶었다.이 모양으로 폐허가 될 지경이라면 우연사고로라도 한 두명의 사망자는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학생이 죽지않은 것은 하늘이 도운 기적이라 생각된다.어떤 일이 있어도 꽃다운 청춘이 허무하게 죽어서는 안된다.
파괴현장에서 지성의 흔적,양심의 흔적을 찾는다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폐허의 건물안을 살피면서 그래도 점령자가 학생이었으니까 그러한 자취가 없을까하고 목마르게 찾았다.그러나 내눈에 그런 자취는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반대의 형국이 눈에 띌 뿐이었다.종합관 3,4층의 언어실습실과 영상실습실,녹음실 등의 녹음기,TV,앰프시설등이 모두 못쓰게 되었는데 하나하나가 쇠파이프로 콕콕 찍어서 망가진 것이 분명했고,벽에 세워진 기둥시계·액자·책상유리들도 일부러 찍어 놓았다.공방전에서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분명 진압이 끝난후에 내걸었을 플래카드에는 「우리의 양심을 믿어주십시오한총련」이라고 씌어있었다.남의 대학에 들어가서 구석구석 파괴해 놓고 사과한마디 없이 자신들을 옹호하는 그 플래카드의 양심을 믿기가 어려웠다.
종합관 입구에는 「집에 가고 싶어요!」「아빠 엄마가 보고 싶어요」라고 반듯반듯하게 페인트로 써놓았다.이 문구를 보면서 나는 그들의 옳지못한 간교한 꾀를 여기서도 보게 되어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전투를 치르는 마당에 「아빠,엄마」가 도대체 무슨 소리며,남의 대학을 다 때려부순 마당에 「집에 가고 싶어요」가 무슨 말인가?나 역시 대학인으로서 학생들이 이렇게 된데 대해 책임을 지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그리고 학생의 모든 잘못은 우리같은 기성세대의 잘못에 원이 있다고해도 변명할 말이 없다.그러나 그들의 이같은 교활성만은 질책하고 싶다.학생지도에 있어서 가장 난점은 그들의 교활성임을 학생지도를 해본 사람은 다 안다.차라리 『나는 혁명전사요』『공산주의자요』라고 떳떳이 말한다면 대화할 수 있고,고칠수도 있고,서로 사랑할 수도 있다.그들은 젊다.누가 그들을 교활한 거짓의 청년으로만들고 있는가?그런 것을 가르치는 이데올로기나 전략전술은 악이다.
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모두가 합심하여 나서야 할 때이다.
1996-08-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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