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아침에/국가·민족의 진로 다시 점검하자/박유철(특별기고)

광복절 아침에/국가·민족의 진로 다시 점검하자/박유철(특별기고)

박유철 기자 기자
입력 1996-08-15 00:00
수정 1996-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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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주년 광복절을 맞이한다.우리에게 광복절의 의미는 무겁다.이날은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의 질곡속에서 광명을 되찾은 환희와 감격의 날이다.우리는 이 날을 통해 자유로운 삶과 독립된 나라의 축복을 기뻐하며,이를 영원히 지켜갈 결의를 다진다.

이 날은 감사의 날이다.나라를 되찾기까지 수많은 애국선열들의 피와 땀,눈물이 있었다.그분들은 총칼의 위협속에서 주저하지 않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으며 만주로 연해주로,하와이로 버마로,벌판과 골짜기로,감옥과 형장으로 조국광복의 길이면 어디든지 두려움 없이 멀고 험한 길을 걸었다.그분들은 식민지배의 긴 어둠과 질곡속에서 3·1운동으로 민족공동체를 완성했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근대국가와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를 놓았다.

또한 이 날은 경계의 날이다.간계와 무력으로 우리국권을 유린하고 우리민족에게 씻을수 없는 치욕과 측량할 수 없는 고통,헤아릴수 없는 불행을 안겨주었던 과거 일본의 침략주의를 경험하였던 우리는 이러한 역사를 되새김으로써 침략주의에 대해 끊임없는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더구나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일본의 일부 지도층들이 일본 국민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류평화에 책임있는 역할을 하도록 이끌어야 할 처지에 있음에도 과거 침략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수시로 망언을 일삼으며 국민을 오도하려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한·일우호협력관계의 발전을 위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광복절의 의미는 감격하고,감사하고,경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해방 3년뒤인 1948년 이날,대한민국이 수립됨으로써 광복절은 대한민국 건국기념일의 의미까지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이 날을 맞을 때마다 자주독립 국가로서의 국가적·민족적 진로를 다시 점검하고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우리는 광복50주년을 경축했다.지난 50년간을 되돌아볼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고 한 한용운 선생 시의 일절이 진리로 느껴진다.근대사의 질곡속에서 우리민족이 겪었던 고통이 생명력으로 승화된 것을 보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분단된 국토,빈약한 자원,동족상잔의 상처,어지러운 정치속에서 이룩해낸 경제발전,민주화의 성취가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다.우리는 35년간 식민지 지배하에서 움츠러들고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에서 이제 비로소 제대로 당당하게 펴진 자신의 모습을 찾게된 것이다.그렇다.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진정한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무엇인가로부터 쫓기며 이러한 것을 찾았다.「식민지 지배의 고통으로부터」,「빈곤의 고통으로부터」,「독재의 고통으로부터」숨이 턱에 닿도록 쫓기며 광복과 번영과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



새로 시작되는 반세기의 첫해,우리가 이제부터 가야할 길을 「제2의 광복」이라 부르자.그 길은 고통으로부터 쫓김의 길이 아니라 반세기동안 헐었던 상처를 치유하는 길,갈라진 것을 맞추는 길,거친 것을 다듬는 길,삐뚤어진 것을 바르게 하는 길,흐트러진 것을 간추리는 길이 되게하자.그리하여 우리국토에 드리워진 철책선을 걷어내고,분단으로 멍울진 한을 씻으며,미움이 있었던 곳에 사랑을,원한이 있었던 곳에 용서를,대립이 있었던 곳에 일치를 이루어,우리들 마음은 끝없이 자유롭고,생각과 행동은 세계로 향해 달려가며,화목한 눈길과 명랑한 웃음이 꽃피는,해같이 빛나고 달같이 아름다운,하나된 민족,강력한 나라,유덕한 사회를 이루어 가자.<독립기념관장>
1996-08-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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