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시장경제(몽골이 변한다:2)

움트는 시장경제(몽골이 변한다:2)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6-07-30 00:00
수정 1996-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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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 4만여개… 젊은 백만장자 속출/최대규모 친겔테 시장에 10만 인파 북적/국영기업도 인센티브 도입… 경쟁력 유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북쪽 친겔테에 있는 거대한 재래시장.다양한 상품과 보다 싼 가격을 찾아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인파로 이 재래시장은 늘 붐빈다.사회주의시절에는 없던 경쟁과 수요공급의 원리가 지배하는 현장.친겔테시장은 몽골에서 가장 앞서가는 시경경제실험현장으로 활력과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한국의 옛날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친겔테시장은 60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다.그러나 친겔테시장이 크게 번성한 것은 1990년 몽골이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다.한줌밖에 안되는 일용잡화를 앞에 놓고 파는 상인으로부터 대규모의 가구·전자제품상점까지 다양하다.한국·러시아·중국·동유럽등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많은 상품을 비롯,이곳에는 없는 것이 없다.『일용잡화에서 무기까지 인간이 필요한 모든 것이 거래되고 있다』고 시장관계자는 말한다.

친겔테시장은 수·목요일,그리고 주말에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린다.하지만 상인은 새벽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다.평일에는 3만여명이 모이지만 일요일에는 60만 울란바토르 인구의 6분의 1이 넘는 10여만명의 사람이 북적된다.한번 잘못 들어가면 밀려서 나오기도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다.그 혼잡을 이용한 소매치기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장주변은 몽골에서 유일하게 교통체증이 있는 곳이다.지방상인에게는 도매시장의 역할을 하는 친겔테시장의 상인은 물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손님을 잡고,고객은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흥정을 한다.몽골에서 가장 자본주의적 모습의 현장이다.

몽골에서 시장경제을 주도하는 사람은 친겔테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른바 보따리장수와 소규모 중소기업 경영자들이다.보따리장수는 한국·러시아·중국등 외국에서 대부분 소규모로 물건을 사다 국내에서 판다.규모가 커지면서 무역회사로 발전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몇년전에는 거의 10배장사를 했으나 지금은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국어통역을 하던 냠다와씨는 말한다.○호객행위·값 흥정… 자본주의 실험

그들은 몽골에서 돈의 경제학을 가장 먼저 체험하고 있는 대부분 젊은 세대다.그들은 많은 사람이 경쟁이 없는 사회주의사고에 안주하고 있을 때 재빠르게 자본주의적 사고로 전환하여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공산주의시대에는 공산당간부가 특권층이었으나 지금은 그들이 몽골의 새로운 부유층으로 등장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동쪽끝에는 서울의 고급주택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집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몽골의 부자촌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그 주인은 시장경제에서 돈을 벌고 있는 개인기업 사장이 대부분이다.몽골에서는 또 「사이탕」이라는 말이 새로운 유행어로 등장했다.사이탕은 몽골어로 백만이라는 뜻으로 백만장자를 일컫는 말이다.많은 젊은이가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 외국을 드나들며 무역을 하거나 기업경영에 나서고 있다.

몽골정부 통상산업부의 간바타르 외국투자담당국장은 『90년대이후 대부분이 소규모인 4만여개의 개인기업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그는 『규모가 큰 1천여개의 국영기업을 포함,60%의 국영기업이 사유화됐다』고 밝혔다.그중 농업·건축·무역·서비스업종은 1백% 사유화됐다.간바타르국장은 『몽골의 경제발전을 위해 더 많은 개인기업과 외국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경제의 바람은 대초원에도 불고 있다.유목민인 바투바일씨는 최근 3백㎞를 이동하여 울란바토르 교외로 이사왔다.그는 『말젖으로 만드는 마유주와 양털·가축등을 울란바토르에 팔아 이익을 높이기 위해 이사했다』고 말했다.유목민중에는 동물가죽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가죽보호를 위해 가축을 깨끗이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유목민의 전통가옥인 겔 옆에는 과거에는 없던 자동차가 많이 보인다.보다 효율적이고 현대화된 목축을 위해 트럭을 구입하는 유목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그들은 빠른 교통수단인 자동차를 이용,가축과 마유주·털등을 도시에 내다 팔고 있다.

몽골 최대기업중의 하나인 국영기업 고비(의류제조업체)에서도 시장경제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연동잠츠회장은 『전에는 정부의 지시대로 움직였으나 지금은 이익을 찾아 경쟁을 하며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비는 국가가 아직도 7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영기업이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고 있다.생산성과 월급을 연동시키는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 인식·행동패턴도 바뀌어

『사회주의시대에는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연동잠츠회장은 말했다.돈을 벌기 위해 근로자의 인식과 행동패턴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그 속도는 빠른 것 같지 않다.

울란바토르에서 2백20여㎞ 떨어진 바양고비 근처의 도로옆.10여개의 겔이 도로를 따라 나란이 있다.그 겔은 유목민이 사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음료나 음식을 파는 한국의 도로변 휴게소와 같은 곳이다.시장경제 도입이후 여러 곳에 그러한 겔식당이 등장하고 있다.그것은 큰 변화다.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보다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다.사회주의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자본주의적 현상이 「대륙의 고도」로 남아 있는 몽골에서 새로운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몽골의 이러한 변화는 그러나 아직은 전체적으로 일반화된 것은 아니다.지금은 과도기며 몽골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일본의 한 외교관은 오늘의 몽골경제상황을 『수술은 성공했으나 환자는 죽었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몽골이라는 이름의 「환자」는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라 잠시 의식을 잃었다 다시 깨어나고 있는 것 같다.몽골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시장경제개혁이다.시장경제시스템은 친겔테시장에서 전국 각지로 물건이 퍼져나가듯 친겔테시장으로부터 몽골 전체로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울란바토르=이창순·김명국 기자>
1996-07-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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