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국경지대 핫산(시베리아 대탐방:74·끝)

3국 국경지대 핫산(시베리아 대탐방:74·끝)

김주혁 기자 기자
입력 1996-05-27 00:00
수정 1996-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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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접경 두만강 개발 열기 “후끈”/중국경 잇는 도로·철도 등 SOC건설 박차/일 2천만불 투자… 자류비노항 국제항 육성/한국 세모도 농업합작 진출… 관광휴양사업 추진

블라디보스토크항구앞 태평양함대 사령부 건물과 군함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제멋대로 기념사진을 찍는다.개방되기전인 불과 몇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핫산으로 향하는 보스포르 보스토치니호에 올랐다.배표에는 요금이 8루블로 적혀 있다.예전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가 보다.실제요금은 1만5천루블(약2천5백원).

3시간만에 핫산에 다다랐다.

북한·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극동 시베리아의 동남쪽끝 핫산군.군청 소재지인 슬라비얀카의 1만7천여명을 비롯,10여개 마을의 총인구가 4만7천여명이다.총면적은 4만3천㏊.지리적 중요성 때문인지,아니면 두만강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발전 기대 때문인지 변화의 기운이 활발하다.

작년 11월 크라스키노에 세관이 설립되면서 중국과의 국경이 개방돼 사람과 물자의 통행이 많아졌고 철도·도로 건설공사도 한창이다.

○크라스키노 세관 완공

중국과의 국경에서부터 크라스키노를 거쳐 자루비노항까지 도로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기존 국도가 있지만 울퉁불퉁하고 총연장이 85㎞나 돼 비효율적이다.러시아 합동도로회사가 12개 교량을 포함,폭 9m 길이 60㎞의 유료도로 건설을 추진중이다.대당 20달러씩 통행료를 받으면 하루 평균 2천대 통행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2천4백만달러가 걷혀 2년3개월이면 총도로건설비 3천2백만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루비노항을 국제항으로 육성하기로 일본과 이미 계약돼 일본이 2천만달러를 투자,항구확충작업을 벌인다.

철도공사는 시작됐다.산악지대인 국경에서 카미쇼보역까지 편도 3복선 철로를 러시아군이 공사하고 있다.카미쇼보역은 직원수만 1백70여명에 달하는 대형역이다.그러나 왠지 기대만큼 신속히 이뤄지는 것같지는 않다.

이 지역 주민 블라디미르 게라시모프(33)는 『두만강개발사업에 따른 경제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면서 『단기간내에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을텐데 러시아정부가 돈을 적게대줘 너무 오래 걸린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태평양쪽으로 통하는 항구를 중국에 제공하는데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발상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평양쪽으로 직접 맞닿은 항구를 갖고 있지 않은 중국측이 혼춘에서 출발,러시아국경까지 이르는 철도와 고속도로 공사를 일찌감치 끝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과의 국경 세관은 블라고비셴스크와 포그라니치니 등 두곳밖에 없었으나 작년 11월 크라스키노 세관 완공으로 세곳으로 늘었다.

블라디미르 세관장은 『중국측은 곡물 원목칩 등을 연간 3백만t까지 실어가길 원하고 한국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상품도 이곳을 통해 들어간다』면서 『초기에는 사회간접자본시설 부족 때문에 화물보다 여행객의 이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비탈리 벨로제로프 핫산 부군수는 『핫산은 지리적으로 산과 평지,강이 고루 갖춰져 있고 동식물도 여러가지여서 두만강개발사업이 실시되면 경제발전이 급속히 이뤄질 것』이라면서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투자가 이뤄지면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한다.

페레스트로이카이후 핫산의 슬라비얀카 선박수리소 직원수는 불과 몇년사이에 3천2백명에서 6백명으로 줄었다.한국 등에 고객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경공업·농어업센터 육성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추로 하고 나홋카와 핫산을 포함하는 광역 두만경제권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핫산만 가지고는 인구가 적어 공업지구 개발에 부적당하다는 판단이다.블라디보스토크는 금융·무역·연구개발·수송·통신센터로 개발,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나홋카는 기존항구와 철도망 등을 이용,대규모 토지집약적 제조업과 수송센터를 건립하며,핫산은 접경지대의 이점을 살려 경공업·농어업·식품가공센터로 육성,중국과 동해사이의 무역중심지로 발전시키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레크리에이션지역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한인유물 고스란히 보존

한국과 몽골을 포함한 두만강개발사업 5개국 위원회는 한변을 50㎞로 하는 중국 훈춘­북한 라진·선봉­러시아 포시에트를 연결하는 소삼각지역보다는 넓은 범위의 대삼각지역이나 동북아시아 배후지역을 함께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 방천과의 국경을 지나 동해에 가까운 끄트머리쪽,두만강 5백16㎞중 15㎞가 북한과의 접경이다.국경지대안에는 「쏘·조친선각」이란 현판이 달린 건물이 있다.북한 주석을 지낸 고 김일성도 생존 당시 가끔 이곳에 들르곤 했다고 경비병은 귀띔한다.두만강철교 바로 옆이다.드루즈바(우정)다리로 명명된 길이 8백m짜리 이 철교를 건너면 북한의 홍이역이다.

연해주의 핫산지방은 1937년까지 한국인들이 벼농사를 짓던 곳이다.「땅 바가티(풍요로운 땅)강」 「포도(위노 그라르나야)강」 등 지명에 아직도 한국말이 뒤섞여 불린다.

한강유람선 운영업체인 세모도 작년 8월 핫산군과 농업합작 계약을 체결했다.군전역에 걸쳐 벼농사와 한우·사슴 사육,사냥 등 관광휴양사업을 벌일 계획이다.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을 북한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물자를 받는 구상도 서있다.부산∼극동간 카페리호 운항 계획도 있다.세모측은 단기수익성을 노린 것이라기보다는 통일에 대비해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사업이란 견해이다.
1996-05-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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