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길 서울대명예교수 서울YMCA 강연

김태길 서울대명예교수 서울YMCA 강연

입력 1995-12-20 00:00
수정 1995-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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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더이상 망가질 수 없다”/「민주의 탈」 쓴 독재정치가 정경유착 초래/그러나 역사 정립에 한·보복 개입 없어야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YMCA주최로 열린 「우리사회 더 이상 망가질 수 없다」라는 주제의 특별시민논단에서 오늘의 현실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주제강연을 했다.다음은 강연내용 요약.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문제는 있게 마련이고 문제가 매우 심각할 경우에 「위기」라고 부른다.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때 전화위복의 결과를 얻는다.현재 우리의 현실은 위기 상황에 가깝다.이 위기는 오래전부터 준비되어온 것이며 이러한 실태를 초래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따라서 오늘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책임도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알고 힘을 합하면 능히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직업 정치인들은 나라전체를 위하여 협동하기를 거부하고,오로지 당리당략의 시각에서만 현실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과거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고자함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며 증오의 한을 풀거나 보복의 감정을 달래고자 하는 동기가 개입해서는 안된다.화합을 대전제로 삼는 까닭에 우리의 작업은 단순한 보복보다 더욱 어렵고 복잡하다.

우리의 현실은 큰 수술이 필요한 중환자에 비유되나 병원의 경우와는 크게 다르다.병원의 경우는 환자 따로,의사 따로이나 현실에서는 우리 모두가 의사로서 메스를 들어야한다.내가 내살을 도려내야 하는 까닭에 각별한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우리는 어떤 한가지 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병을 앓고 있다.「정경유착」이라는 병을 앓고 있으며 「도덕불감증」도 앓고 있다.「이기주의」와 「공동체망각증」을 앓고 있으며 「사치와 낭비병」도 앓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권력탐욕」이라는 병도 앓고 있다.「정경유착」이라는 고질병의 근원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정치의 가면극이다.

「민주주의」를 가장했던 까닭에 투표로써 대표를 선출해야했고 많은 표를 얻기 위하여 막대한 정치자금이 요구되었다.독재정권을 장악한 사람들로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마련하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 「정경유착」에 있었다.93년에 문민정부가 수립된 것은 민주주의를 향한 크나큰 진전이었으나 과거에 뿌려진 나쁜 씨앗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문제로서 남아있다.따라서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는 군사정권의 잔재청산이 불가피하다.그리고 우리들을 심란하게 만드는 작금의 상황은 저 잔재를 청산하기에 호기가 될 수도 있다.민주주의 국가 건설로 가는 길은 기나긴 시행착오의 과정이다.민주국가 건설을 위하여 요구되는 두가지 조건은 수준높은 시민의식의 형성과 민주주의에 적합한 제도의 수립이다.48년에 제정된 대한민국 첫번째 헌법은 대체로 민주주의 원칙을 따른 것이었으나 그 원칙을 실천에 옮기기에 적합한 시민의식의 형성은 거의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까닭에 헌법으로서의 제 구실을 못했고 역대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헌법을 마구 고치는 횡포를 자행하였다.민주주의의 원칙을 따른 법의 제정만으로는 제도가 확립되지 않으며 모두가 그 법을 준수할 때 비로서 민주주의적 제도가 확립된다.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 깔려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타인과의 관계속의 「나」를 바르게 알고 사랑하는 인성교육이 시급하다.올바른 자애는 타애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1995-12-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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