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외딴방」 펴낸 신경숙(인터뷰)

장편소설 「외딴방」 펴낸 신경숙(인터뷰)

입력 1995-10-19 00:00
수정 199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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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세의 자전적 기억 고백/산업현장서 몸살앓는 한소녀의 삶 그려

「나의 발자국은 과거로부터 걸어나가봐도,현재로부터 걸어들어가봐도 늘 같은 장소에서 끊겼다.…과거로부터는 열여섯을,열일곱을,열여덟을,열아홉을 묵살하고 곧장 스물로,현재로부터는 열아홉을,열여덟을,열일곱을,열여섯을 묵살하고 곧장 열다섯으로 건너뛰어야 했으므로…」

속삭이듯 수줍고 섬세한 문체로 존재의 비의를 노래해온 작가 신경숙씨(32)가 두번째 장편 「외딴방」1,2를 문학동네에서 펴냈다.소설에서 썼듯이 가슴속에 봉해둔 채 멸절되다시피한 작가의 열여섯에서부터 열아홉까지의 기억을 되끄집어내는 작품이다.

작품에는 높은 나뭇가지에서 하얗게 빛나는 백로를 꿈꾸며 상경,전자부품회사에 취직해 산업체부설학교를 다닌 한 소녀의 삶이 그려져 있다.그 시기는 현대사의 격변속에 산업현장이 몸살을 앓던 지난 78년부터 81년 사이와 겹친다.변두리의 「외딴방」에서 오빠들,외사촌과 부대끼며 어렵게 서울에 둥지를 튼 이 소녀는 진절머리나는 가난속에서도 작가를 향한 은밀한 꿈을 키운다.그런가 하면 아무 물정 모르는 소녀에게도 당시 노동운동의 부산한 열기는 숨가쁘게 뻗쳐온다.

『누군가 이 소설을 노동소설이라고 했다는데 그 말은 기꺼워요.종래 말해온 노동소설과는 다르겠지만 앞으로 제 소설이 확산된다면 이쪽을 향해서 일 거예요』

그래도 존재의 그늘을 들춰 삶의 본모습을 파고드는 작가의 천성은 이 소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처음으로 사춘기소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옆집 언니의 자살사건이 농밀하게,하지만 정면으로 말해지고 있는 것.

『쓰기 전에 먼저 삭여내야 한다고 생각됐던지 그 일은 계속 미뤄지데요.하지만 쓰고 보니 「깊은 슬픔」도 그렇고 죽음을 테마로 한 작품엔 다 이 사건이 변주돼 들어가 있더라구요』

창작과 비평사의 이시영 주간은 『흔히 아름다운 문체의 작가로만 보는 신경숙은 알고 보면 까도 까도 알 수 없는 양파속 같은 작가』라면서 농촌정서에 뿌리를 둔 진득한 작품세계를 상찬했다.

18일 명륜동의 한 음식점에서는 문단의 현역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도 열려 독자와의 만남을 남겨두고 있는 이 책의 앞길을 축복했다.<손정숙 기자>
1995-10-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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