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와 정서 지능/문용인 서울대교수·교육 심리학(시론)

지방자치와 정서 지능/문용인 서울대교수·교육 심리학(시론)

문용인 기자 기자
입력 1995-10-17 00:00
수정 199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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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그것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게 되었다는 것일 게다.불과 몇년전까지만 하여도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겁내어 말조심하려는 풍토가 퍼져 있었다.그러나 오늘날 그런 두려움은 대폭 줄어든 게 사실이다.말하는 자유의 향유는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따라서 지방자치 시대를 맞는 우리에게 있어서 말할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민주사회의 한요건을 명실상부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제도로서의 지방자치는 시민들의 말할 자유의 실질적 확보로서 그 기능의 효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말할 자유는 그 자체로서 민주사회의 효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말할 자유의 억압이 민주사회의 중요한 장애요소인 것처럼,말할 자유의 남용 또한 민주사회 운영의 치명적 독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중의 가장 심각한 것의 하나가 바로 말할 자유의 남용과 미숙으로부터 연유한다.

1960년대 이래 우리가 꿈처럼 그려오던 민주화의 열망이 지방자치로 구체화되어,그 역사적인 막을 올리게 된게 지난 6·27선거 아니었던가? 그런 선거 이후로 시작된 지방자치는 과연 우리가 기대한 바대로 민주적 행정을 펼쳐가고 있는가? 여러가지 실망스런 조짐들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다.지자체의 장과 내무부와의 갈등,한 지자체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지자체와 지자체 간의 갈등이 무수하게 나타나고 있다.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경기도 군포시와 김포쓰레기 매립지간의 갈등,충남 유성시 의회의 학교급식시설지원을 둘러싼 내무부와 공무원간의 갈등,고속전철 통과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경주시의 논쟁등이 그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이런 종류의 문제는 이제 끝도 없이 파도처럼 계속 밀려올 것이다.과거에는 중앙정부에서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내려 해결해 주었지만 이제부터는 지자체들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위에 열거해본 몇가지 지자체의 문제 사례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건대,그런 자율적 해결의 가능성이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이른바 대화와 타협,양보와 희생,이해와 공감이 갈등하는 주체들 사이에서 엿보이질 않는다.그들 사이에 오로지 자기 중심적인 사고와 언사만이 강하게 엿보일 뿐이다.

선거로 뽑힌 지자체의 장과 의회의원들은 자기를 뽑아준 지방의 주민만을 위해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매진하려고 하며,양보와 타협은 내 일이 아니라 상대방의 일이라는 논리를 펼친다.그렇다면 상대방이라고 해서 다른 생각을 할까? 결국 서로가 자기주장만 소리높이 외치다가 속수무책으로 주저앉는다.그 사이에 쓰레기는 온 시가지를 뒤덮고,생겨난 갈등은 말씨름으로 민사소송으로 주민간의 적대와 미움으로 계속 번져간다.

언제까지 우리의 지방자치는 이런 모습을 계속해야 하는가? 물론 낙관도 있다.이제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불과 몇달이 지난 터이므로 시간과 더불어 그런 문제는 해결되리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그러나 이미 50여년의 역사를 지닌 국회의 양상을 보건대,지방자치라고 해서 향후 몇년이내에 바람직한 모습으로 정착된다고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 듯이 보인다.

최근 들어 교육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정서지능(EmotionalQuotient·EQ)이란 말을 자주 쓴다.아이큐(IQ)에 대비되는 말로서 이큐(EQ)라고 부르는데,타인의 입장·감정·손해와 이득을 염두에 두고서 나의 입장을 정리하고 주장을 만들며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 낼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IQ는 지적능력에 한정된 개념이지만 EQ는 삶의 능력을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잰다.따라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에 IQ보다는 EQ점수가 더 예언력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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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너무 IQ 중심사회였다.그래서 자기 이익 챙기는데 똑똑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국회와 지방의회라서 타협과 양보가 없다.이제 EQ를 개발시켜서 EQ가 높은 이들이,선거직에 진출해야 한다.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가장 적은 손해를 보면서 최대의 이익을 함께 얻는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를 실현시켜야겠다.
1995-10-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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