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외신란에서 읽은 기사.
「옛 독일제국 의사당을 포장하는 데 썼던 천과 끈의 재활용을 맡은 독일회사는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국대통령 부인으로부터 『기념으로 천 한조각을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공개했다.독일주재 미국대사는 힐러리의 부탁으로 지난 6월말과 7월초에 걸쳐 독일의회 건물을 포장하는 데 썼던 총 10만㎡의 천 가운데 한조각을 기념품으로 떼어달라고 요청했는 데 회사측이 『완벽한 재활용이라는 환경운동가들과의 약속 때문에 거부했다』고 대답했다.
이 기사만으로는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될 것이다.의사당을 「포장」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그 포장천이 무슨 「기념」이 된다고 미국의 대통령부인쯤되는 사람이 싱겁게시리 그걸 달랐는지,또 미국의 대통령부인쯤되는 사람이 그렇게 원하는 데 그 체면이나 우의를 생각해서 한조각쯤 떼 주지 거절한 건 또 무슨 무례함인지.
그러나 실은 독일 국회의사당을 「포장」한 것은 미국의 설치미술가 크리스토가 벌인 예술작업이었다.그는 뭐든지 「뒤집어씌우기」를 예술행위로 한다.언젠가는 일본의 작은 섬을 덮어씌웠고,파리의 퐁뇌프다리를 천으로 뒤집어씌운 적도 있었다.대상이 정해지면 대대적인 역사를 벌여 짐보따리처럼 싸는 독특한 설치미술이다.그 크리스토가 이번에는 베를린에 있는 독일 국회의사당을 「포장」한 것이다.불가리아 출신이기는 하지만 미국예술가인 그가 독일 국회의사당을 소재로 한 설치미술의 포장천을,그가 속한 미국의 대통령부인이 기념삼아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작품도 아닌 포장천의 한조각을 얻고 싶다는 것은 너무 영세한 욕심이며 게다가 거절까지 당한 것은 대통령부인의 체면이 좀 깎인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한토막의 외신이 주는 정보로는 이런 궁굼증이 풀리지 않는다.그런무렵 크리스토의 「뒤집어 씌우는 예술」현장을 다녀온 ㄹ씨의 글(월간 춤 8월호)을 만났다.
10만㎡의 늘어진 은빛 직물과 1만5천6백m의 하늘빛 밧줄 그리고 정면탑과 지붕을 싸는 데에 70군데 맞춤집에서 만든 직물패널을 써서 전문 등산가 90명에 1백20명의 설치가들 그리고1천2백명의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이「포장」은 가능했다고 한다.그 포장된 독일 의사당이 어찌나 웅장하고 「굉장한지」는 현장에 가서야 느낄 수 있었고 환경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크리스토가 보인 이런 설치미술은 이미 세계각국에 애호가를 두고 있어서 세계에서 몰려온 관람객들로 온 베를린은 흥분에 싸였었다는 것이다.
보름동안 그 자리에 놓아두었던 이 포장된 의사당에 든 비용은 1천1백50만마르크,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69억원이다.크리스토는 그걸 모든 스폰서를 거절하고 자기그림과 판화 부조조각 포스터등의 판매액으로 충당했다고 한다.그「작품」을 보기 위해 매일 수십만의 관객이 모여든 것이다.
이 글의 필자인 ㄹ씨를 만난 자리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기념으로 포장했던 천 한조각을 얻고자 했다가 거절당한」의문도 풀 수 있었다.ㄹ씨는 득의만면한채 『나는 그천을 한조각 얻었다』고 말문을 열었다.전시중의 어느 한날을 택해 그 포장천을 관람객들에게 한조각씩 나눠주는 것이 그의 설치미술 프로그램이다.마침 「그날」 관람할 수 있었던 ㄹ씨는 어마어마한 인파를 뚫고 들어가 미국대통령 부인도 못얻는 「한조각」을 얻어낸 것이다.
말하자면 관객에게 천조각 한점씩을 나눠주는 것도 「예술행위」에 포함된 셈이다.그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힐러리 클린턴이 천을 기념삼겠다고 한 것은 그의 「예술행위」에 어긋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환경을 위해 완전무결하게 재생한다는 약속』은 포장처리회사와 작가가 맺은 그 또한 예술행위의 연장이므로 당연히 안될 수 밖에.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이 그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그런데도 『달랐다가 거절당하는』구차한 일을 왜 했을까.미국 설치미술가의 환경미술 작업에 퍼스트레이디가 관심을 보인 것,그것이 힐러리부인이 노린 것은 아닐까.그렇다면 대통령부인다운 생각이다.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에는 각나라에서 퍼스트레이디며 거물정치인,그 직계들,여성운동의 대모들이 많이 몰려왔다.옛날과 다른 것은 이들 누구의 부인이거나 누구의 딸이라는 자격으로 온 여성들까지가 모두 맹렬하게 자기 역할을 해낸 점이라고 한다.분홍색 한복이 아름다워 칭찬을 많이 받은 우리 퍼스트레이디 손명순여사도 연설은 물론 여성으로 문맹퇴치에 공이 있는 외국인에게 한국이 출연하여 만든 유네스코의 「세종대왕상」을 시상하고 강택민중국 주석과 회담도 가졌다.여성들이 모여 단순히 운동열기를 분출시킨 것이 아니라 세계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진지하고 폭넓게 확인한 기회였다고 하겠다.
누구라도,기회있는 대로,전폭적으로,자기 역할을 하는 시대.그것이 오늘의 인류가 갖는 소임인 것이다.<본사고문>
「옛 독일제국 의사당을 포장하는 데 썼던 천과 끈의 재활용을 맡은 독일회사는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국대통령 부인으로부터 『기념으로 천 한조각을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공개했다.독일주재 미국대사는 힐러리의 부탁으로 지난 6월말과 7월초에 걸쳐 독일의회 건물을 포장하는 데 썼던 총 10만㎡의 천 가운데 한조각을 기념품으로 떼어달라고 요청했는 데 회사측이 『완벽한 재활용이라는 환경운동가들과의 약속 때문에 거부했다』고 대답했다.
이 기사만으로는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될 것이다.의사당을 「포장」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그 포장천이 무슨 「기념」이 된다고 미국의 대통령부인쯤되는 사람이 싱겁게시리 그걸 달랐는지,또 미국의 대통령부인쯤되는 사람이 그렇게 원하는 데 그 체면이나 우의를 생각해서 한조각쯤 떼 주지 거절한 건 또 무슨 무례함인지.
그러나 실은 독일 국회의사당을 「포장」한 것은 미국의 설치미술가 크리스토가 벌인 예술작업이었다.그는 뭐든지 「뒤집어씌우기」를 예술행위로 한다.언젠가는 일본의 작은 섬을 덮어씌웠고,파리의 퐁뇌프다리를 천으로 뒤집어씌운 적도 있었다.대상이 정해지면 대대적인 역사를 벌여 짐보따리처럼 싸는 독특한 설치미술이다.그 크리스토가 이번에는 베를린에 있는 독일 국회의사당을 「포장」한 것이다.불가리아 출신이기는 하지만 미국예술가인 그가 독일 국회의사당을 소재로 한 설치미술의 포장천을,그가 속한 미국의 대통령부인이 기념삼아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작품도 아닌 포장천의 한조각을 얻고 싶다는 것은 너무 영세한 욕심이며 게다가 거절까지 당한 것은 대통령부인의 체면이 좀 깎인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한토막의 외신이 주는 정보로는 이런 궁굼증이 풀리지 않는다.그런무렵 크리스토의 「뒤집어 씌우는 예술」현장을 다녀온 ㄹ씨의 글(월간 춤 8월호)을 만났다.
10만㎡의 늘어진 은빛 직물과 1만5천6백m의 하늘빛 밧줄 그리고 정면탑과 지붕을 싸는 데에 70군데 맞춤집에서 만든 직물패널을 써서 전문 등산가 90명에 1백20명의 설치가들 그리고1천2백명의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이「포장」은 가능했다고 한다.그 포장된 독일 의사당이 어찌나 웅장하고 「굉장한지」는 현장에 가서야 느낄 수 있었고 환경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크리스토가 보인 이런 설치미술은 이미 세계각국에 애호가를 두고 있어서 세계에서 몰려온 관람객들로 온 베를린은 흥분에 싸였었다는 것이다.
보름동안 그 자리에 놓아두었던 이 포장된 의사당에 든 비용은 1천1백50만마르크,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69억원이다.크리스토는 그걸 모든 스폰서를 거절하고 자기그림과 판화 부조조각 포스터등의 판매액으로 충당했다고 한다.그「작품」을 보기 위해 매일 수십만의 관객이 모여든 것이다.
이 글의 필자인 ㄹ씨를 만난 자리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기념으로 포장했던 천 한조각을 얻고자 했다가 거절당한」의문도 풀 수 있었다.ㄹ씨는 득의만면한채 『나는 그천을 한조각 얻었다』고 말문을 열었다.전시중의 어느 한날을 택해 그 포장천을 관람객들에게 한조각씩 나눠주는 것이 그의 설치미술 프로그램이다.마침 「그날」 관람할 수 있었던 ㄹ씨는 어마어마한 인파를 뚫고 들어가 미국대통령 부인도 못얻는 「한조각」을 얻어낸 것이다.
말하자면 관객에게 천조각 한점씩을 나눠주는 것도 「예술행위」에 포함된 셈이다.그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힐러리 클린턴이 천을 기념삼겠다고 한 것은 그의 「예술행위」에 어긋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환경을 위해 완전무결하게 재생한다는 약속』은 포장처리회사와 작가가 맺은 그 또한 예술행위의 연장이므로 당연히 안될 수 밖에.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이 그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그런데도 『달랐다가 거절당하는』구차한 일을 왜 했을까.미국 설치미술가의 환경미술 작업에 퍼스트레이디가 관심을 보인 것,그것이 힐러리부인이 노린 것은 아닐까.그렇다면 대통령부인다운 생각이다.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에는 각나라에서 퍼스트레이디며 거물정치인,그 직계들,여성운동의 대모들이 많이 몰려왔다.옛날과 다른 것은 이들 누구의 부인이거나 누구의 딸이라는 자격으로 온 여성들까지가 모두 맹렬하게 자기 역할을 해낸 점이라고 한다.분홍색 한복이 아름다워 칭찬을 많이 받은 우리 퍼스트레이디 손명순여사도 연설은 물론 여성으로 문맹퇴치에 공이 있는 외국인에게 한국이 출연하여 만든 유네스코의 「세종대왕상」을 시상하고 강택민중국 주석과 회담도 가졌다.여성들이 모여 단순히 운동열기를 분출시킨 것이 아니라 세계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진지하고 폭넓게 확인한 기회였다고 하겠다.
누구라도,기회있는 대로,전폭적으로,자기 역할을 하는 시대.그것이 오늘의 인류가 갖는 소임인 것이다.<본사고문>
1995-09-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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