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자청 삼풍 이 사장/김태균 사회부기자(현장)

회견 자청 삼풍 이 사장/김태균 사회부기자(현장)

김태균 기자 기자
입력 1995-07-06 00:00
수정 199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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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열개라도 할말 없을텐데…

『피해보상을 위해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싶습니다』

5일 상오 10시10분쯤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실.붕괴사고로 구속된 삼풍백화점 이한상(42) 사장은 변호사 자격으로 찾아온 전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박찬종씨와 자리를 마주했다.

애꿎게 죽어간 원혼들에 대한 죄책감때문이었는지,아니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철창 밖의 분노한 여론이 두려웠을까.

이사장은 핏발이 선 눈에 퍽이나 초췌한 표정으로 박씨와 마주 앉았다.갑작스런 박씨의 방문에 처음에는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곧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박씨가 어색하게 운을 뗐다.『부모·형제를 앗아가고도 사죄는 커녕 「내 재산도 날아갔다…」운운하는 이들을 보고있자니 하도 답답해 접견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대화는 약 20여분동안 계속됐다.이사장은 접견이 끝날 즈음,나지막한 목소리로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데 대해 사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마치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 긴 숨을 들이쉬었다.

이어 『가족과 회사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털어놓았다.피해보상을 위해 아버지 이준(73) 회장과 가족 및 법인 명의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끝으로 박씨에게 기자회견을 주선해 줄 것을 부탁했다.자기의 이러한 뜻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기회를 갖고싶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어딘지 앞뒤가 맞지않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재산을 헌납하면 그뿐이지 기자회견은 해서 무얼 하겠다는 것일까.

『이럴 때는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데…』.이사장의 말을 전해들은 한 경찰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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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조차 민망스러울 정도로 그 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이사장.그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는 평범한 속담의 뜻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1995-07-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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