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냉담” 후보들 “냉가슴”

유권자들 “냉담” 후보들 “냉가슴”

박용현 기자 기자
입력 1995-06-14 00:00
수정 199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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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유세장 한산… 맥빠지기 일쑤/홍보물 배포 즉시 쓰레기통으로

「후보는 뛰어도 유권자는 모른다」­6·27 지방선거전이 본격화 되면서 출마자들의 발걸음이 갈수록 바빠지고 있으나 유권자들은 좀처럼 두드러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한꺼번에 4명의 후보를 뽑아야 하는 유권자들은 누가 어느 선거에 출마했는지 조차 잘 알지 못하는등 혼란을 겪으면서 선거무관심의 조짐마저 보여 후보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 주민 김상철(32·회사원)씨는 『4대선거의 동시실시로 후보들의 면면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후보자들의 선거공약마저 그게 그거여서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가두유세◁

무제한 허용된 가두유세에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냉담하다.유권자들이 경험해보지 않은 낯선 방식인데다 주민들이 소음을 꺼려 아예 불발로 그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13일 아침부터 서울 성동구 금호동 주택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한 성동구청장후보 C씨는 『유권자들이 50∼60명만 모여도 즉석연설을 하려했지만 관심을 보인 것은 20여명에 불과했다』면서 『지역을 돌며 얼굴을 알리는게 선거운동의 전부』라고 말했다.

▷전화홍보◁

서울 동대문 제2선거구에서 시의원에 출마한 H후보측은 자원봉사자 30여명으로 전화홍보팀을 구성,날마다 상오 10시∼하오 10시에 후보알리기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유권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선거사무장 임모씨(44)는 『전화를 제대로 받아주는 유권자는 50%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공약이나 약력에 대한 홍보는 고사하고 이름·얼굴을 알리는데 선거초반의 시간을 모두 써야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홍보물 배포◁

후보들이 명함등 홍보물을 지하철역등에서 나눠주고 있으나 평소 상업용 홍보물 세례에 질린 시민들은 귀찮아서 읽어보지도 않는 실정이다.이날 상오 서대문구 홍은동 지하철 3호선 홍재역 입구에서는 출근시간에 선거운동원들이 후보들의 명함을 나눠주었으나 불과 10여m거리에서 4∼5장의 명함을 받아든 유권자들 대부분이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 모습이었다.

▷플래카드◁

플래카드가 거의 모두 붉은 색과 푸른 색으로 얼룩덜룩하게 천편일률적으로 제작돼 누가 어느 당이고 어느 선거 후보인지를 얼핏 알아보기가 힘들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1개 동에 1개씩 걸도록 된 것을 목좋은 곳 위주로 내다걸어 주요도로에는 20개가 넘게 몰리는등 혼란스럽기만 하다.<박용현 기자>
1995-06-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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