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진짜 장애자는 누군가(박갑천 칼럼)

장애인의 날… 진짜 장애자는 누군가(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5-04-19 00:00
수정 199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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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는 신체장애자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에 나온다.온전한 정신이라는게 무엇인가,하늘의 뜻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려면서이다.인간세편에서는 지리소라는 꼽추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아래턱이 배꼽을 가리고 두어깨가 이마보다도 높으며 상투는 하늘을 향해 솟아있고 창자는 위쪽에 있는데도 두 넓적다리는 옆구리에 닿아있다…』

그렇건만 바느질과 세탁으로 자신의 생계를 꾸려나간다.그뿐아니다.그는 멀쩡한 사람들이 흘려쏟아버린 곡식을 찾아내어 키에 담아 까부르는 일로 10명이나 되는 가족을 부양해낸다.

덕충부편에는 월형(한쪽발을 자르는 형벌)을 당해서 절름발이가 된 왕태란 사람 얘기를 써놓고 있다.그러한 몸이건만 그를 따르면서 가르침을 받는자의 수는 중니(공자)의 제자와 같을 정도였다.그는 특별히 학문이나 도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그런데도 그를 찾아간 사람들은 「텅빈 마음으로」 만족해하면서 돌아가곤 했다.그러는 그에대해 상계라는 공자의 제자가 그스승에게 묻는다.『그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마음으로 깨우쳐주는 것일까요?』

공자는 대답했다.『그는 성인이다.나는 기회를 놓쳐 그를 아직 못만나고 있을 뿐이다.나도 그를 스승으로 모셔서 배우려고 한다.하물며 나만 못한자들에게 있어서이겠느냐』

이덕형의 「죽창한화」등에 보이는 이근이란 사람도 그렇다.낳아놓고 보니 『고깃덩이 하나가 겨우 얼굴모습만을 갖추었을뿐』인 몰골로 털이 온몸을 덮어 돼지새끼 같았다.부모들이 갖다버렸더니 까막까치가 모여들었다.다시 갖다가 길렀는데 성인이 되었는데도 키가 석자를 넘지 못했다.하지만 총명하여 경전·사기에 통달하고 시를 잘 지었으며 명필이기도 했다.노래도 잘 부르고 피리를 불면 애간장을 녹여내는 듯하여 임진왜란때 포로로 잡혀서도 피리를 불어 감동시킨 다음 풀려난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 할것없이 신체·정신장애자는 있다.더구나 오늘날과 같은 산업화사회는 산업재해·교통사고등에 의해 「인공장애자」들이 늘어난다.그들에게도 살 권리가 있건만 푸대접 받는 것이 현실이다.그들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면서 능력의 경쟁상대자로 될수 있어야한다.우리사회의 문제는 장애자의 신체·정신 장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들의 「정신장애」에 있다.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95-04-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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