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졸업식 홍일식 총장 치사<요지>

고려대 졸업식 홍일식 총장 치사<요지>

입력 1995-02-26 00:00
수정 1995-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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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국내외 상황은 역사적 대변화의 초기 단계를 지나 이제 그 본류의 거센 흐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그러하고,이데올로기 대립의 퇴조와 함께 밀려오는 기술 및 경제의 냉엄한 경쟁체제가 그러합니다.이것은 우리의 주체적 역량을 시험하는 새로운 기회요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이 시대상황은 결코 낭만적 사고나 일시적 임기응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무수한 과제들을 안고 있습니다.그러나 여러분은 온갖 장애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신의 성장을 이루며 민족공동체의 미래를 개척해 나아갈 만한 충분한 힘을 갖추었습니다.

국권수호가 최고의 가치였던 우리 근대화의 여명기로부터,국권회복이 민족적 절대명제가 된 식민지 시대를 거쳐,이제 우리는 민족통일이 지상과제로 주어진 분단시대를 살고 있습니다.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개인과 집단의 성취가 무엇이든 간에 후일의 민족사는 궁극적으로 그것을 민족통일에의 기여라는 관점에서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최근의 국제적 상황에 대응하여 세계화라는 과제가 전사회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만,진정한 세계화는 민족통일을 거쳐서만 완성되는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근년에 들어와서 우리가 누리게 된 경제력에 힘입어 많은 한국인들이 세계와의 인적교류의 범위를 넓혔습니다.그런 가운데서 형성된 우리의 대외적 이미지는 어떠하며,한국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를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스스로를 냉엄하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인종과 문화를 달리하는 외국인들은 물론 해외의 동포들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인의 심성과 태도에서 거치른 교만과 사나운 아집을 자주 느낀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도덕적 실정 위에서 어떻게 민족의 분단을 극복할 수 있으며,물리적 통합만이 아닌 진정한 포용과 화합의 대통일을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오늘의 사회 상황을 보면 인간가치와 공동체적 이상에 관한 믿음이 실종될 때 미래를 향한 전진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현상의 유지조차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한국 사회 전체의 도덕적 재충전이며,이를 위한 새로운 각성입니다.그리하여 원자화된 개인과 집단들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소모적인 무한대립을 넘어서는 통합의 원리로써 이 사회를 든든하게 떠받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그리고 그러한 문화적,도덕적 역량의 넘쳐흐르는 힘이 진정한 통일의 원동력이 되어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우리 민족의 위대한 미래를 이룩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가치 있는 삶은 혼자 거두는 이익보다 「나」와「너」를 하나로 결합하여 「우리 모두」의 위대한 전진으로 드높이는 데서 얻어지는 것입니다.오늘의 우리 사회가 젊은 지성에게 기대하는 정신이 바로 이것이며,민족통일의 대과업에 부응하기 위한 도덕적 역량의 핵심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2월25일>

1995-02-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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