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기살리기 교육」의 시대라(박갑천 칼럼)

「남편 기살리기 교육」의 시대라(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5-01-29 00:00
수정 1995-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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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산티페를 「악처」라고만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저녁 끓일 것없는 일쯤 아랑곳않는 남편 소크라테스는 세상이 어떻네,인생이 어쩝네하면서 제자들과 얼려다니니 열통이 안터지겠는가.

비록 그렇더라도 그러는 남편의 기를 살리는 처신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해본다.그랬을때 철학자 남편도 독배를 들면서 아스클레피오스(의술의 신)한테 닭빚 갚아주라고한 당부에 앞서 아내걱정부터 했을지 모른다.물론 이는 범인의 범속스런 마음이지만.조선 숙종조때 나온 작자미상의 소설 「박씨전」의 박씨부인은 그런 사람 아니었던가.

신선의 딸 박씨부인은 시집왔을때 보기 흉측한 몰골이었다.남편 이시백은 쭝쭝거리면서 그를 가까이 않는다.그 박씨부인도 신통력을 지녔다.하룻밤새 시아버지 조복을 짓고 비루먹은 말을 천리마로 만들 정도로.남편은 그가 준 연적물로 글을 써서 장원급제한다.그런 굄성도 남편마음을 붙들진 못한다.어느날 박씨부인은 흉한 허물을 벗고 서시·양귀비 못잖은 미인으로 탈바꿈한다.그를 본 남편은 가까이하고 싶지만 이때까지의 박대가부끄러워 감히 방에 들지 못한다.그러는 남편의 기를 살리는 점이 크산티페와는 다르다.불러들여 금침을 깔기전에 지릅떠보는 남편한테 공손하게 말한다.

『…여러날 근고할뿐 아니라 군자로 마음이 염려되어 전의 노정을 버리고 청하여 말씀을 고하나니 일후는 수신제가하는 절차를 전같이 마옵소서』.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도 남편의 기를 돋워주면서 나라의 위급을 구한다.

바보온달의 기를 살려 장수로 만든 평강공주의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려태조 왕건의 부인 유씨도 그런 여성이었다.왕건이 즉위하기 전날밤 배현경·신숭겸 등이 그의 집에서 모의한다.유씨부인이 엿들으니 남편은 추대를 사양하잖은가.뛰어든 유씨부인의 말­『의병을 일으켜 포악한 임금을 몰아냄은 예로부터의 일입니다.여러 장수의 말에 저도 오히려 분발하겠사온데 하물며 대장부이겠습니까』.그러면서 왕건에게 갑옷을 입혔다(고려사:후비열전).

주부들을 상대로「남편 기살리기」라는 이색교육을 하는 곳이 있다.다 그럴까만 이는 남편의 기가 죽어있는 시대라는 반증이기도하다.기가 지나친 횡포도 안되지만 기가 죽은 움츠림도 안된다.만사는 균형과 조화인 것을.「남편 기살리기」­흐르는 시대상인가.
1995-01-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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