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안전관리 “총체적 부실”/폭발참사 계기로 본 실태와 대책

도시가스 안전관리 “총체적 부실”/폭발참사 계기로 본 실태와 대책

성종수 기자 기자
입력 1994-12-12 00:00
수정 199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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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노후관 1백㎞… 누출위험 상존/점검원 크게 부족… 비눗물 검사가 고작/관리체계 일원화­배관망 지하지도 제작 시급

아현 가스기지의 폭발사고는 가스 안전관리가 늘어나는 가스 수요를 감당 하지 못해 일어난 인재이다.도시가스 수요가 연간 44%씩 폭증한 반면,가스 배관망이나 공급기지의 안전관리는 이를 따르지 못해 빚어진 참사라는 게 한결 같은 지적이다.전문가들은 아현사고가 배관 등 시공과 유지·보수 관리 등 공급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진단하고 있다.도시가스 안전관리와 수요,공급실태를 긴급 점검한다.

▷문제점◁

전문가들은 가스시설물 관리의 문제점으로 7∼8가지를 지적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가스관리의 후진성과 전문성 부족이다.현재 군자 등 7개 가스저장기지와 1백7㎞에 이르는 서울시내 순환수송관 점검을 가스공사의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업(주)직원 20여명이 맡고 있다.3명씩 5∼6개조가 하루 평균 20㎞를 담당한다.

게다가 가스기공 직원들은 가스공사의 시설 뿐 아니라 LPG 충전소,고압가스제조업체 등 전국의 모든 가스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도 함께 맡고 있어 수박 겉핥기식 점검에 그치고 있다.

특히 가스공사측은 이들 안전관리 요원의 작업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이유로 가스관련 자격증 소지를 의무가 아닌 권유사항으로 규정,안전관리요원 가운데 자격증 소지자가 전체의 5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기지에서는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냄새와 비눗물로 확인하는 재래식 방식으로 가스 누출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전문성 결여가 부실점검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관리체계도 2원화돼 있어 관리에 허점이 많다.주배관이나 가스밸브 기지의 경우 가스기공이 보수를 맡고 상공자원부가 감독하고 있다.또 가정이나 빌딩으로 연결된 도시가스관은 민간 도시가스회사가 자체적으로 안전보수를 하고 이를 각 시·도가 감독한다.

가스기지를 주택가에 설치한 것도 위험요인이다.전문가들은 아현기지처럼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서울의 독산·자양·합정기지 등을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는다.

이들 4곳의 가스공급기지는 주택가와 불과 40∼50m 거리에 있으며 접근금지시설 및 표지판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안전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그러나 현행법상 가스공급시설은 그 설치를 제한할만한 아무런 법적 규정이 없어 사실상 가스공사가 원하는 지역에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다.

노후관도 문제다.전국에는 10년 이상된 낡은 가스관이 무려 1백여㎞나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더욱이 도로 및 지하철공사로 인해 잦은 가스관 이설공사가 이뤄지고 정밀을 필요로 하는 이 작업을 영세한 중소업체가 맡는 경우가 많다.가스 누출 위험이 늘 잠재돼 있는 것이다.

법규미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현행 소방법은 지하가스 공급기지가 엄청난 사고를 낼 수 있는 1급 위험시설인 데도 아예 관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가스배관 시공도 엉망이다.도시가스사업법은 가스배관을 도심의 경우 1.2m(주택가나 산은 1m)이상 묻고 반드시 모래로 다시 메우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91년 이후 2백만호 건설정책으로 모래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도시가스 배관 매설현장에서 모래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대책◁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가스관 등 지하시설물에 대한 총체적인 방재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가스관 뿐 아니라 상·하수도관·통신공동구·고압선 등 각종 위험시설물의 매설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하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하시설물이 각각 다른 기관의 자체계획에 의해 매설되고 지하대장이 없어 각종 공사시 매설물에 대한 안전대책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시정개발연구원 이동학 도시계획연구부장은 『이번 사고로 지하시설물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또 한번 확인됐다』며 『총체적인 방재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관련 법규의 정비도 시급하다.이부장은 『소방법 및 도시가스사업법,액화석유가스사업법 등 가스 및 유류시설물과 관련된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즉 지하가스 공급기지 등 가스 관련시설을 모두 소방법상의 관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가스공급기지 건설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가스 안전관리 요원을 확충하고 전문화하는 한편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현재와 같은 인력·장비로는 형식적인 점검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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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사고시 긴급대처할 수 있는 체제도 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재난에 대한 신고체계도 중앙통제가 될수 있게 해 소방·경찰·구청 어디에 신고하든 즉각 통신망을 통해 연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성종수기자>
1994-12-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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