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골 추가 발견… 발군 진전/「아현동」 현장검증 이모저모

어린이 유골 추가 발견… 발군 진전/「아현동」 현장검증 이모저모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1994-12-11 00:00
수정 1994-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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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빌딩서 유리창 쏟아져 한때 긴장/“현장검증 보다 시신 찾아달라” 항의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에 대한 이틀째 현장검증과 발굴작업이 계속된 10일 상오 검·경합동수사본부와 도시가스관계자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성화에도 불구,시신등이 발견되지 않아 애를 태웠으나 하오부터 시신조각과 유품들이 발견되자 안도.

하오 1시10분쯤 9일 파놓았던 공급관부근에서 검은 하이힐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30여분동안 5∼6개의 시신조각들이 발견.

하이힐은 실종된 김인향(32·여)씨의 것으로,시신은 김씨의 2살난 아들 윤상호군인 것으로 일단 확인.

○…이날 하오8시50분쯤 계기실부근에서 철근상판조각들을 들어올리던 검증반원들이 흙더미속에서 비교적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다리부분을 발견하자 현장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이 아연 긴장.

검증반은 시신이 손상되지 않도록 포클레인 작업을 중단하고 용접기로 철근을 절단하는등 신중히 작업을 벌였지만 콘크리트가 워낙 단단해 3시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자 실종자가족들은 한시도 자리를 뜨지않은채 애를 태우기도.

○…이날 하오 늦게부터 실종자들의 시신이 한꺼번에 몰려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계기실쪽의 철거작업이 시작되자 실종자 가족들과 주민등 3백여명이 현장에서 밤늦게까지 지켜보는 모습.

야간조명차 3대를 동원해 이틀째 철야작업이 진행된 현장주변에서 실종자가족들은 『사고원인을 밝히는 현장검증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난지 3일이 되도록 시신조차 발굴하지 못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강력히 항의.

○…현장검증이 계속중이던 하오2시10분쯤에는 지난번 폭발때 거의 모든 유리창이 깨지거나 금이 간 대우전자빌딩 15층에서 갑자기 유리창이 인도로 비오듯 쏟아져 한때 현장검증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기도.

순간적으로 불어닥친 강풍으로 일어난 이 소동은 다행히 당시 지나가던 행인이 없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수사본부는 철야작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체가 발견되지 않자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과 공중해체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타진.

한 관계자는 『각종 장비를 동원해 밤새워 현장을 뒤졌는데도 아무런 성과가 없자 수사팀 내부에서도 실종자의 생존가능성에 대한 조심스런 언급이 있었다』고 전하고 『그러나 그동안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별다른 단서를 발견치 못했다』고 설명.

이에 대해 가족들은 『제2의 서해페리호 백운두선장을 만들려느냐』며 항변.

◎실종 인부7명 어디 있을까/나흘째 밤샘수색 불구 사체 발견못해/기계실에 묻힌듯케 열파산화 가능성도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나흘째인 10일까지도 정달영(30·서울도시가스 계기관리과 계장)씨 등 당시 인부 7명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 가족들은 물론 검·경과 회사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수사본부는 지하가스기지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입구 주변에서 실종자 7명의 사체가 발견될 것으로 보고 연일 포크레인을 동원해 밤샘작업을 벌여왔다.

사고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인부들이 탈출구를 찾아 계단쪽으로 대피하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경은 또 사고직전 가스관과 밸브주변,기계실 등에 흩어져서 작업중이던 인부들의 사체가 폭발의 충격으로 뿔뿔이 흩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삽과 곡괭이로 가스관 주변 흙더미를 샅샅이 파헤쳤다.

그러나 계단과 가스관주변의 돌덩이와 철근 등을 해체한 10일 하오까지도 2세쯤으로 추정되는 어린애 사체 1구만 발견됐을뿐 다른 사체는 발굴되지 않아 밤새 작업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가족들의 눈길은 자연히 포크레인 몸체 바로 아래 흙과 돌더미에 파묻힌 기계실쪽으로 쏠리고 있다.

늦어도 11일중으로는 기계실과 그 주변의 해체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며 그 이전에 온전한 사체라도 수습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기계실은 평소 청원경찰 박범규씨(실종)가 상주하던 곳으로 가스의 압력과 유량·경보 등을 전용회선을 통해 안산 중앙통제소로 송신하는 원격계량통제기(TMTC)와 그 단말기 역할을 하는 경향성기록기(트렌드 레코드)·비상용 전화기 등이 설치돼 있었다.

일부에서는 사고직전 인부들이 뭔가 이상을 감지하고 기계실에서 안산 중앙통제소에 전화로이를 알리는 등 비상대책을 강구하던중 변을 당한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폭발 2분전 사고현장의 진상훈씨(30·서울도시가스 계기관리과 사원)가 회사간부에게 『점검중』이라는 전화를 한 점으로 미루어 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 애쓰다 안개처럼 뿜어져나오는 가스에 질식돼 뇌기능이 마비되고 끝내 숨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수사본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까지도 사체가 발견돼지 않자 폭발지점에서 가장 근접해 있던 인부들이 엄청난 폭발로 인해 공중에서 산화해버려 온전한 모습의 사체를 발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박찬구기자>
1994-1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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