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은행장들 “수난시대”(특파원 코너)

러 은행장들 “수난시대”(특파원 코너)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4-12-09 00:00
수정 199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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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눈밖에 나 경호대에 맞기 일쑤

러시아의 은행장들이 영장도 없이 수시로 사무실과 가택을 수색당하고 경호원이 얻어맞는 등 수난이 잦다.그러나 이들은 가해자들이 대통령 경호실,조직범죄국 요원,크렘린경호부대 요원들이어서 대부분 아무 소리 못하고 당하기만 한다고 호소한다.옐친 대통령의 눈밖에 났기 때문이라고 짐작들은 하지만 왜 눈밖에 났는지 이유조차 모르고 당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 3일 러시아 최대의 상업은행인 모스트방크의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은행장이 크렘린 경호실 요원 30여명에게 호되게 당했다.이들은 복면을 한 채 칼리슈니코프 기관총으로 중무장하고 모스크바 중심가에 있는 옛코메콘(동유럽상호경제협의회) 건물의 모스트방크 본점에 쳐들어가 다섯 시간이나 출입구를 모두 막은 뒤 은행측 경호원들을 집단구타하고 집기들을 부수었다고 한다.이 과정에서 구신스키 은행장의 경호실장은 신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입원했다.이들은 신분도 밝히지 않고 무조건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트방크는텔레비전방송국 NTV와 일간신문 셰보드냐의 대주주다.텔레비전은 물론 일간신문들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범인을 잡아내라고 당국을 비난하자 사흘뒤 크렘린경호실측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기들이 한 짓이라고 실토했다.그날 아침 구신스키 은행장의 차량행렬이 옐친 대통령의 출근차량행렬을 방해했기 때문에 화가 난 대통령 경호원들이 그짓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모스트방크측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펄쩍 뛰었다.이곳 언론들은 구신스키가 최근 옐친대통령의 반대파에 속하는 그로모트 국방차관을 그라초프 장관 대신 국방장관으로 임명시키기 위해 로비를 편 일 등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런식으로 당한 은행장이 여럿이다.러시아은행연합회의 세르게이 예고로프회장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례들을 공개하며 당국의 조치를 당부했다.프로페셔널 제일은행,방크 로스키 크레딧 등에도 모스트방크보다 불과 몇시간전에 역시 복면 괴한들이 떼로 몰려와 고객들을 구타하고 서류를 빼앗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모두 은행장이 반옐친 사람들과연관이 있는 인사들이다.예고로프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그는 『시장개혁을 하는데 기업가,은행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그렇다면 당국에서 우리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지난해에는 청부살인으로 은행가 13명이 범죄조직에 의해 살해됐는데 그때도 은행연합회는 같은 요지의 탄원서를 옐친 앞으로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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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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