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대치정국 언제 풀릴까

「12·12」 대치정국 언제 풀릴까

한종태 기자 기자
입력 1994-11-06 00:00
수정 1994-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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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국 주도권·여분열 노려 강수/주중반 「검찰총장 탄핵」 발의가 고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따른 후유증으로 이미 한차례 파행을 겪었던 국회가 15년전 일로 다시 뒤뚱거리고 있다.

민주당이 「12·12사건」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뒤늦게 반발하며 초강수의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민주당은 4일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자동유회시킨데 이어 5일에도 『군사반란자들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반역사적 행위를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야당 역시 쿠데타세력에 동조하는 꼴』이라면서 고검 항고과정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12·12사건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과 처리는 당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어느 때보다 단호한 모습이다.여야가 이처럼 평행선만 달릴 뿐 해법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국회도 대정부질문의 막판 파행으로 본회의의 휴회결의를 하지 못해 상임위와 예결위 활동에도 못 들어가고 계속 「유회」라는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다.이 때문에 국회의 공전이 장기화 되는것 아니냐 하는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7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당의 최종 전략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국회공전 불가피」 쪽으로 낙찰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강경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이기택대표의 「12·12」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강한데다 의원들도 상당수 여기에 동조하고 있어서이다.

이대표가 신기하 원내총무에게 『12·12사태는 총리나 법무부장관이 답변할 성질이 아니니 우리당의 기소 요구를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신총무도 『이제 모든 공은 여권에 넘어갔다』고 말했다.이와 관련,이대표의 핵심측근은 『이런 상태가 이번주 중반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래서인지 당내 분위기도 점차 강경으로 치닫는 기세이다.오히려 지금의 정국상황을 즐기는 표정도 읽혀진다.

이처럼 이대표가 12·12를 정국의 한복판에 끌어들여 여권을 압박하는데는 몇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우선 국회연설과 기자간담회등을 통해 「여야 동반자 관계」와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국민정치」를 촉구했음에도 여권 핵심부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흐른데 대한 반감적 요소가 강하다.역설적이지만 바로 이 대목은 여야영수회담에 대한 「집착」과도 통한다.민주당이 요구한 대통령의 결단도 따지고 보면 여야 영수회담의 재촉구라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당의 주도권 다툼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의 하나이다.지난번 해임건의안 표결 때 『민주당이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발언에 기분이 상한 이대표는 이번에 「12·12」를 좋은 기회로 삼아 가급적 「DJ그늘」에서 헤어나려 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12·12」를 물고늘어져 여권의 파열음을 증폭시키겠다는 의도도 다분히 느껴진다.

그러나 민주당도 국회 공전이 오래가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한몸에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부담을 알고 있다.그래서 여권에서 「12·12」와 관련,『고검에서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언질만 줘도 공세를 거두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속내라는 얘기도 있다.

반면 민자당은 민주당의 주장이 들어줄 성질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국회의 공전을 강건너 불구경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안타까운 「벙어리 냉가슴」 격이다.이한동 원내총무는 이날 『국회정상화는 총무가 책임을 지고 대화를 통한 원만한 수습에 나서겠다』고 말했으나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같이 민자당내부의 대체적인 기류는 「시간이 약」 또는 「김빼기」전략인 것 같다.

그러면서 민자당은 민주당의 초강수 공세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먼저 「12·12」 세력을 포함한 구여권과 현 집권세력이 섞인 민자당의 현실을 파고들어 분열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민주계의 한 의원은 『정통성에 대한 시비와 여권의 분열등 양면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고 또다른 의원은 『민주당이 12·12를 계속 정치쟁점으로 활용해 내년 지자제 선거까지 이어가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강경국면을 이끌고 있는 이기택대표와 장막 뒤의 실질적 지도자인 김대중 이사장 사이의 미묘한 갈등관계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국회는이번주 초반까지는 공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그러나 장기화 될지,또 민주당이 장외공세로 나갈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다만 민주당이 준비하고 있는 김도언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발의가 국회 정상화의 분기점이 되리란 것만은 확실하다.그리고 그 시점은 이번주 중반으로 점쳐지고 있다.<한종태기자>
1994-11-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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