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남한체제로의 흡수」에 도움/해외 안보리문제전문가들의 논평

북의 「남한체제로의 흡수」에 도움/해외 안보리문제전문가들의 논평

입력 1994-10-21 00:00
수정 199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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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시설 2곳 사찰연기 합의는 우려스런 후퇴/평양 고립 벗어날 계기… 파기 위험성 배제 못해

북한핵 및 안보문제와 관련,해외 전문가들은 북·미협상 타결을 핵위기와 냉전상황으로부터의 탈피라는 획기적 사건으로 보고 있으나 합의 사항의 미흡한 점과 북한의 성실한 이행여부에 대한 우려도 표시하고 있다.해외전문가들의 논평을 모아본다.<편집자 주>

▲로버트 매닝(미국 진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합의가 구체적으로 실행된다면 많은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믿고 있는 남한의 번영된 체제에 결론적으로 북한이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에 있어 북한이 「안착」하는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평양측이 핵카드를 사용한 유일한 이유는 투자등을 포함한 서방으로부터의 경제도움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만일 북한측에 경제개혁을 위한 어떤 조치들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남한측과의 통일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헬가 피히트(독일 훔볼트대학 교수)=북한 핵문제의 해결 뿐만 아니라 북·미간의 정치관계 정상화도 예견된다.지난 50년대에 겪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양측의 감정대립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특히 북한은 고립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합의가 파기될 위험성도 없지 않다.북한과 미국 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강국들 가운데도 평화와 긴장완화를 원하는 비둘기파와 대결상태를 즐기는 매파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일본 게이오 대학 교수)=현 시점에서 양측은 최선의 타협을 한 것으로 서로 얻고 싶은것을 얻었다.이번 협상은 상호불신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만일 협상이 결렬됐다면 대북 제재와 김정일 후계체제 붕괴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었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종결하는 분수령이 돼 긴장완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이번에 남북대화를 수용한 것은 북한이 양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 내부의 미래지향적 희망사항을 충족시켜준 것으로 보는 게 옳다.김일성주석이 카터 전미국 대통령을 특사로 초청한 것도 북한이 먼저 남북대화 재개의사를 표명할 수 없었기때문이다.

▲한스 블릭스(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양측이 취한 방향이 옳은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핵확산금지조약 이행에 대한 북한의) 조기 입증에 합의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이제 어느 나라라도 핵시설 사찰을 미룰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점을 우려한다.두개의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미국 국제안보과학연구소장)=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도록 (북한이) 더 많은 것을 숨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미국이 북한의 핵시설 2곳에 대한 사찰을 연기한 것은 우려스런 후퇴다.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해주면 플루토늄추출및 핵무기제조 우려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으나 북한의 핵폭탄 제조 잠재력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즈미 하지메(일본 시즈오카 현립대학 교수)=이번 합의는 북한측의 양보라고 본다.앞으로 회담의 성격이 매우 바뀌게돼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대화가 필요하게 되었고 현재·미래·과거 전체에 걸쳐 핵투명성을 어떻게 확립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개방정책으로 북한 사회가외부에 알려지고 일거에 풍부한 자본이 들어가면 북한안에서 체제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됨으로써 체제 붕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터 그리어(미국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기자)=합의 내용이 완전이행된다면 이는 평양정권이 오랜 고립을 깨트리고 이웃 국가및 서방세계와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예측할수 없는 행동의 불확실성을 남기고 있다.따라서 합의된 조항들이 완전하게 이행될때까지는 그 과정에서 생길 예기치못한 고장까지 충분히 감안,여러해를 잡아야 한다.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일을 포함한 북한의 지도부가 완벽한 자력갱생을 추구하는 정책이 현대사회에서는 더이상 옹호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미국과 북한간의 외교관 교환 합의는 미국과 베트남이 그랬듯이 양국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상징이 될것이다.
1994-10-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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