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차를 미제로 하라니(사설)

관용차를 미제로 하라니(사설)

입력 1994-08-20 00:00
수정 199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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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알수 없지만 근래에 미국이 우리국민의 감정을 상하게하는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를 잇달아 던지고 있다.

미국무부의 보안법폐지 선호의사표명이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우리의 자동차시장개방과 관련,미 무역대표부대표가 서한을 통해 우리 관용차를 미국제로 구입하라고 요구해왔다는 보도다.경제논리를 떠나서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내정간섭으로,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미국측의 이번 요구는 정부인사가 언론에 주기적으로 외제차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를 하고 상공자원부내에 소비자이익상담실을 설치하도록하는 내용까지 들어있다.마치 중앙정부가 하급관서에 업무지시하듯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다.우리정부가 무슨 할일이 없어 미국자동차 세일즈까지 하라는 얘기인가.미국정부라면 외국의 그런 요구에 응할 수있는지 불쾌하기 짝이없다.

따져본다하더라도 우리의 관세율은 EC와 똑같은 10%로 높다고 보지않으며 자동차수입도 64만대수출에 6만대수입이면 폐쇄시장이라고 볼수 없다.더구나 엄청난 대미무역흑자를 내고있는일본과 동일시한 무리한 시장개방요구는 들어줄 수없다.

우리는 탈냉전시대,국제화시대에 국내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 타국가의 간여 폭이 넓어지는 추세를 잘 알고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정부의 문제제기방식과 매너가 너무나 거칠고 세련되지못했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한다.자본주의의 대표라할 미국이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해야지 독점방식을 강요하는 횡포를 부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대국다운 행태라고 할 수없다.단기적인 이익추구에 집착하는 근시안적인 자세라는 비판을 면키어렵다.

더욱이 개별국사정에 대한 무지가 너무나 크다는 느낌이다.우리의 국내사정을 충분히 알고 존중한다면,정부가 외제차선전에 앞장서는 것이 국민의 거부감만 줄것을 모를 수있는가 하는것이다.최근 미국의 행태를 보는 우리 국민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있는지 알수가 없다.

통상문제와 다른 문제는 별개라고할지도 모르겠으나 미국의 내정간섭적 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은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미국정부가 김일성에 대한 조의표명에 이어 최근의 미북관계개선 원칙합의에 이르기까지 북한을 다루는 모습에 대다수 우리국민들의 심기는 편치않다.경수로설치비용의 부담문제와 미북회담과정의 미국태도를 보는 눈도 결코 곱다고 할 수없다.한반도의 정세가 변하고있는 미묘한 시기에 한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관계당국도 이제는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단호히 배격하는 자세를 보여야할 것이다.
1994-08-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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