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4동 유상호씨/환경파수꾼:7(녹색환경가꾸자:66)

면목4동 유상호씨/환경파수꾼:7(녹색환경가꾸자:66)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1994-08-03 00:00
수정 1994-08-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일요일마다 중량천쓰레기 수거/옥상에 고추 심어 음식찌꺼기 퇴비로/가족회의서 합성세제 안쓰기 등 결의

『중랑천 풀 한포기,돌멩이 하나도 낯설지 않습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일대 중랑천에서 1년째 남몰래 쓰레기수거작업을 해온 「중랑천파수꾼」 유상호씨(54·유류도산매업·면목4동 399의20)는 휴일인 지난달 31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속에서도 어김없이 장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하오3시쯤부터 3시간여 근처 면목교에서 장평교까지 중랑천 1㎞남짓 구간을 청소한 유씨는 푸른색 고무장갑과 목장갑을 벗고 쇠갈쿠리를 비스듬히 눕혀 둔채 소나기땀을 훔쳐냈다.

『우리의 식수원이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조금씩 노력하면 푸른 물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씨는 매주 일요일 중랑천에 나가 하천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폐타이어와 비닐·플라스틱용기 등을 건져내고 고수부지에 파묻힌 헝겊·이불·폐가죽등을 끄집어내 불태우거나 근처 쓰레기집하장에 버리기도 한다.

매번 80㎏들이 부대 5∼6개를 족히 채울 정도의 쓰레기가 걷힌다.

『주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겸손해 하는 유씨는 그러나 『갈수록 주민들의 마음이 맑은 중랑천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최근에는 열대야현상으로 더위를 식히러 중랑천에 나온 주민들이 음식물찌꺼기와 비닐조각 등을 마구 버리는 바람에 유씨는 더욱 바빠졌다.

경남 산청군 생초면 신연리 지리산 기슭이 고향인 유씨는 59년 진주고를 졸업한 뒤 이듬해 상경해 낯선 면목동에 터를 잡았다.

30여년의 타향살이 끝에 어느새 면목동 토박이가 된 유씨는 그러나 지금도 눈만 감으면 시리도록 푸르던 고향 하늘과 맑은 시냇물이 아련히 떠오른다고 말했다.

『중랑천도 불과 15∼16년전만해도 고향마을의 시냇물 못지않아 여름에는 맑은 물에 멱을 감기도 하고 저녁무렵에는 아내와 제방을 거닐면서 오손도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80년대이후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부쩍 늘면서 갈수록 중랑천이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자 유씨는 그냥 바라보고 있을 수 없어 「중랑천지기」를 자청했다.

유씨는 그동안 주민들이 『하루에 얼마받고 일하느냐』『구청에서 나온 과장님이냐』고 접근하다가도 『동네 주민인데 같이 좀 치웁시다』는 제의에 모른 체하고 꽁무니를 빼는 경우가 많아 속이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4월에는 고수부지 웅덩이에 반쯤 파묻힌 이불을 꺼내다가 어깨가 탈골되는 바람에 2개월 남짓 침을 맞기도 했다.

또 비닐에 싸여 고수부지에 내버려진 죽은 고양이와 강아지를 치울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귀띔했다.

크고 작은 어려움속에서도 유씨는 언젠가는 중랑천이 꼭 되살아날 것이라는 신념으로 숨은 일꾼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유씨는 최근 관할 중랑구청 직원을 찾아가 근처 차량경정비업소에서 몰래 내다버리는 폐타이어와 폐베터리가 이 일대 고수부지에 쌓이고 있으니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해 단속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노모(75)와 부인(49),1남2녀와 함께 비교적 어렵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유씨는 이밖에도 중랑천에 흘러드는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집 옥상 10평남짓 공간에 고추·토마토·들깨 등을 재배하면서 음식찌꺼기를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온 가족이 회의를 갖고 합성세제 안쓰기·우유 안버리기·재활용품모으기 등을 결의했다.

『우리만 이런다고 나아지겠느냐』며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막내아들 삼수군(19·대학1)도 아버지의 「중랑천나들이」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쓰레기줄이기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가정과 학교·직장 등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으면 중랑천은 금방 되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유씨는 『단 한 사람만이라도 이 일에 동참한다면 더욱 신바람이 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박찬구기자>
1994-08-03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