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해투사」 재판부,공판서 이례적 사상강의

「노해투사」 재판부,공판서 이례적 사상강의

박용현 기자 기자
입력 1994-07-27 00:00
수정 199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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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 평등추진은 유죄”/이정임피고에 징역2년·집유3년 선고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는 인간의 자유·평등을 실현한다는 목표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본주의를 전복하려는 것은 우리 헌법과 조화될 수 없습니다』

서울형사지법 합의23부(재판장 김황식부장판사)는 26일 좌익단체인 「노동계급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자들」에 가입,활동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임피고인(24·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례적인 「사상강연」을 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우선 『자본주의가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자본집중,실업,빈곤,제국주의전쟁 등 많은 모순과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주의가 출현했다』고 전제하고 사회주의를 두가지로 분류했다.

이가운데 폭력혁명으로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프롤레타리아독재를 세운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용납될 수 없는 반면 생산수단의 사유화도 일부 인정하면서 의회주의와 평화적 개혁을 통해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수정사회주의는 우리 헌법과도 조화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견해였다.

『헌법 제9장에서 경제규제와 조정및 사기업의 국·공유화를 허용한 것은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이처럼 인간의 이기심을 억제하고 박애정신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통해 자본주의는 성공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소련과 동구의 몰락도 단순히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사회주의권에서 수정된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인정한 결과로 분석했다.

이날 「강연」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피고인이 북한을 동경하지 않는 「비주사파」라는데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북한의 기본방침과 궤도를 같이하고 있는 만큼 북한에 동조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대목.이에따라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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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합리적인 사상에 사로잡혀 있지만 반윤리적 파렴치범은 아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한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석방했다.<박용현기자>
1994-07-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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