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외언내언)

여름방학(외언내언)

입력 1994-07-17 00:00
수정 199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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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자 ㄱ씨가 자랑하는 자녀교육방법은 여행이다.그는 세자녀를 키우면서 아이가 중학생이 된 여름방학때면 한달간의 국토순례 여행을 가졌다.문화유적지는 물론 평범한 도시와 시골들을 찾아 우리 역사와 삶을 깨우쳐 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심어 준것이다.유년기를 벗어난 아이에게 아버지와 보내는 그 시간이 지적·정서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됐을것은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일.

유럽 고등학생들의 여름방학 활동중 가장 보편적인것 역시 여행이다.유레일 패스를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유럽 각국을 찾아 생생한 체험을 하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안목을 넓힌다.

미국의 중·고등학생들은 방학동안 필수과목인 사회봉사 활동 학점을 따기 위해 도서관이나 박물관등에서 일한다.슈퍼마켓·수영장·어린이캠프장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사회경험을 넓히기도 하고 정당의 정치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우리 어른들도 꿈과 낭만의 여름방학을 보냈다.논두렁 밭두렁 헤매며 메뚜기 잡고 개울물에 멱감고 물장구 치던 기억,「임해훈련」이란 이름의 단체해변 피서도 가고 무전여행의 호기도 부려 본 기억,동서양 고전을 섭렵하기 위해 독서삼매에 빠지기도 하고 농촌봉사활동으로 뜨거운 여름을 더욱 치열하게 보낸 기억을 중년이상의 많은사람들은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어떤가.그들의 여름방학은 말이 방학일뿐 실제로는 또하나의 학기에 불과하다.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심지어는 국민학생 고학년까지 빡빡한 학원과외 일정에 숨돌릴 틈도 없을 지경이다.

물론 여름방학은 뒤떨어지는 학력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그러나 모처럼 책상 앞에서 벗어나 취미생활과 모험을 통해 심신을 살찌우고 사회생활의 경험을 쌓을수 있는 시기가 또한 여름방학이다.



초·중·고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아이들이 방학다운 방학을 보내게 하는것은 부모의 책임이다.퇴색한 여름방학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 주자.
1994-07-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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