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획기적 돌파구 기대/분단후 첫 정상대좌 이뤄지면

남북관계 획기적 돌파구 기대/분단후 첫 정상대좌 이뤄지면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4-06-19 00:00
수정 1994-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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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측,“핵해결 도움” 판단 전격 수용/북의 성실성 의문있으나 미가 담보

북한주석 김일성의 조건없는 빠른 시일내 남북정상회담제의는 북한핵문제로 긴장감을 지울 수 없는 요즈음 상황에서는 매우 전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때문에 우리측 관리들도 아직 김일성의 전격제의의 실현가능성,성실성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과 분석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특히 김은 기존의 남북대화채널을 젖혀두고 카터전대통령이란 미국의 고위인사를 메신저로 활용함으로써 우리측의 분석변수를 더욱 다양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김영삼대통령은 카터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은 즉석에서 이를 수락하는,역시 전격성을 과시했다.

김대통령이 기존의 방침을 1백80도 바꾸면서까지 즉석에서 수락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하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연구를 해온 만큼 비록 조건없는 회담을 하더라도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이러한 자신감은 『핵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한 지난 2월25일기자회견에서의 「조건」을 스스로 극복하고 충족시키는 요소다.

이와 함께 북한핵문제가 당사자인 한국을 젖혀두고 미국과 북한간에 논의되려는 데 대한 「주권회복」차원에서 이를 수락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카터의 방북으로 급격한 국면전환의 모양을 보이고 있는 북한핵문제 해법에서의 자구책일 수도 없지 않다.대화를 통한 해결로 가는 북한핵문제에서 우리가 「선제재,후대화」의 기존방침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의 정상회담제의가 얼마만한 성실도를 갖춘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다만 서로가 「무조건」에 동의를 했고,「언제 어디서든」을 강조했다는 점,또한 한반도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분단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조건없이 만난다는 점은 의제에 대한 사전조율이 필요없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이는 특히 북한이 그동안 실무회담에서 트집을 잡아 특사교환등을 거부하던 기존의 방법을 쓸 여지를 스스로 없앤 것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회담의 성사가능성이 높다 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김일성이 이번 카터전대통령과의 일련의 회담에서 핵과 관련해 비교적 진지한 대화를 했고,전직미국대통령을 메신저로 썼다는 점이 다른 어느때의 선전공세와는 달리 북한 스스로가 미국과 국제여론을 이행의 담보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파악하는 눈치다.

남북정상회담이 실무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에서 북한핵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기는 어렵다.주돈식청와대공보수석은 『유엔의 제재와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별개의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유엔의 제재는 이미 물을 건너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와 관련,청와대가 과연 김일성의 제의를 신중한 검토 없이 즉답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 하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카터가 방북할 때 우리측이 우려하던대로 김일성의 남북정상회담제의가 만에 하나라도 시간을 더 끌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전술차원에서 취해졌다면 우리측은 너무 잃게 되는 것이 많아진다.

그나마 실현단계로 가던 제재가 실종되고,문제는 몇달 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국론분열,이에 따르는 정부의 지도력손상은 회복되기 어렵다.정상회담이 열리면 핵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과는 별개로 김일성의 성실성에 모든 것을 맡기게 되는,북한에 모든 이니셔티브를 넘기게 되는 위험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터전대통령은 김일성이 김대통령의 올 2월 정상회담제의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김대통령에게 김일성이 보내는 「몇가지」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공개했다.청와대가 공개한 것은 이 가운데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갖자는 메시지 단 한가지였다.때문에 이날 카터가 전한 여러개의 메시지 안에 김대통령이 이를 즉석에서 수락하도록 만든 또다른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평양과 서울 가운데 어느 한 곳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또한 회담이 성사된다면 시간을 끌지 않고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절차와 실무협의로 시간을 보낸다면 북한의 정상회담제의는 이미 성실성을 결여한 것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남북한관계가 새로운 요동을 시작하고 있다.<김영만기자>

▷김일성 주석◁

▲생년월일:1912년 4월15일

▲출생지:평남 대동군 고평면 남리

▲학력:25년 만주 길림성 육문중학중퇴

▲집권기간:48년 9월(제1차내각수상)부터 46년동안

▲미국의 분석에 따르면 우려할 만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로 영리하고 참을성 있고 꽤 예측가능한 독재자라는 평. 카리스마적이고 사려깊고 철학적이라고 함.

▷김영삼대통령◁

▲생년월일:1927년 12월20일

▲출생지:경남 거제군 장목면 외포리

▲학력:51년 서울대 철학과졸

▲집권기간:93년 2월25일부터 1년 4개월

▲「감의 정치」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정치적 순발력·판단력이 뛰어나다.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력도 돋보인다.

최연소 의원,최다선 의원(9선),최장수 원내총무,최연소총재(당수)등 정치경력 다채.
1994-06-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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