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생각해 본다/이정연(시론)

싱가포르를 생각해 본다/이정연(시론)

이정연 기자 기자
입력 1994-05-17 00:00
수정 199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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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하면 먼저 이광요라는 인물을 생각케 된다.그리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깨끗한 관리,각종 벌금이 많은 도시,다민족으로 이뤄진 인구3백만이 채 안되는 작은 도시국가이나 누구도 범할수 없는 자긍심을 가진 당당한 국가라는 점등이다.

싱가포르의 자긍심은 일찍이 이광요씨가 총리 재직시 중국을 방문하는 딸에게 가거든 중국말을 사용치 말고 영어를 쓰도록 일러준 점에서도 쉽게 느낄수 있다.그는 스스로가 중국화교의 후세로 싱가포르가 비록 80%이상이 화교로 구성된 소국이긴 하나 결코 중국에 영향을 받는 화교국가가 아닌 독립국가라는 점을 중국당국자들에게 일깨워 주려 했었던 것이다.이 소국의 거인은 25년간(65년 독립이래)싱가포르를 현대적 경영기법으로 다스려 1인당 GNP는 지난날의 종주국이었던 영국보다 높은 수준에 올려놨고 정치적으로는 「나라마다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대한 일반적인 처방전을 내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민주적이나 「개인의 권리도 불가침이라 보는 견해는 하나의 도그마」로 여기는 싱가포르적인 하나의 규범을 만들어 통치해 왔다.

미국소년 페이군에 대한 법원의 태형언도후 미국여론의 거센 압력과 클린턴대통령의 사면호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이행된 태형 집행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이광요씨는 「미국은 군대를 보내 파나마의 노리예가대통령을 마약밀수범으로 체포,미국의 플로리다주로 연행,형무소에 넣는것에 대해 문제시하지 않는나라」가 아니냐며 우리는 그렇게는 못하나 국내에서는 마약사범을 철저히 다스려 잘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 일이 있다.태형이 결코 이상적인 형벌이 아님은 아나 그것이 싱가포르에서 사회정화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요,논리다.

▦형이라는 매질이 싱가포르에서 그처럼 범법자를 다스리는데 효력이 있다고 해서 따라 나설 국가는 없다.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한번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우선 고질적인 각종 부실공사의 경우를 보자.싱가포르가 자랑하는 초현대식 공항,기념비적인 대형 빌딩,호텔등을 훌륭하게 공사를마무리,평가를 받고있는 것들의 상당수가 바로 우리의 유수한 건설회사들의 작품들이다.이들 대형 건설회사들이 해외에서는 그처럼 하자없는 건축물을 번듯하게 만들어 내면서 어이없게도 국내에서는 부실공사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그 원인은 간단하다.싱가포르에서는 안통하는 「적당히」가 우리나라에서는 통한다는 사실이다.이 「적당히」를 우리도 범법에 따른 형벌에 덧붙여 태형이라도 도입해야 되는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적당히」의 주범은 감리 감독과정에서 「적당히」눈감아준 관리와 이를 이용하는 건설업자 자신들이다.

필자가 알기에도 벌써 20여년전에 일단의 정부관리들이 싱가포르의 부패방지법과 그 제도 운영에 대해 조사,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그러나 우리 관료,건설회사,아니 사회전반에 아직 「적당히」눈감아주고 누구는 처벌되고 누구는 그 법망을 피해가는듯한 「적당히」가 도처에서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모두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싱가포르의 오늘은 담배를 피우거나꽁초를 버렸으면 벌금을 물어야 하고 길에 함부로 침을 뱉었어도 벌금을 무는 제도에 있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예외없이 규정에 따른 법집행이 철저히 이행된다는 점이다.

이번 페이군 사건도 미국이라는 대국의 「자만심」을 거슬려 가면서 소국의 「자존심」과 법집행의 예외없음을 전세계에 알린면에서 그들은 더욱 당당할수 있는것 같다.우리도 교육적 차원에서 매질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있긴하다.그러나 일종의 국가폭력으로 매도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태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나 이 「적당히」넘어가는 사회풍조와 소위 「관행」이 시정되지 않는한 우리는 항상 싱가포르를 뒤따라가기에도 숨가쁜 위치에 처져 있을 수밖에 없다.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9일 싱가포르가 희망해온 첫 세계무역기구(WTO)회의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데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미국은 WTO회의가 싱가포르 아닌 다른 곳에서 열려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이는 미국 소년에 태형을 집행한데 대한 「응징」으로 모두 믿고있다.그러나 싱가포르는 당당하게 보여진다.

그리고 그 지도자도 그렇다.권좌를 떠나면 곧 조사대상이 되는 이땅의 불행한 상황에서 벗어나 우리 「구관」들도 이광요씨 처럼 직을 물러난 후 세계의 현인으로 대접받으며 활동하는 「명관」들이 되는날을 기대해 본다.<본사 편집이사>
1994-05-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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