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의 유산은 「건전한 정신」으로(박갑천칼럼)

자식에의 유산은 「건전한 정신」으로(박갑천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4-05-04 00:00
수정 199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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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 누여놓고 싸움판 벌인다고 했다.숨거둔 아비 주검 묻지도 않은채 형제간에 재산문제로 이러쿵 저러쿵 찧고 까부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대체로 재산이 많은 경우들이다.창피하기 이를데 없는 짓이건만 당자들은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입에는 게거품을 문다.재산이란게 뭔지,원.지난해 서울 장위동의 일가암매장 사건도 아버지 재산을 탐낸 막내아들 범행이었다.

이같이 못된 집안의 보추없는 다툼질을 듣고 보면서 생육신의 한사람인 인재 성담수의 가멸진 마음씀을 되짚어 보게 된다.

그는 동생 홍문관교리 담년과 함께 시문으로 이름이 높았다.형제자매가 10명이나 되었는데 부모가 돌아가자 3년상을 마치고서 그들 모두를 불러모아 놓고 재산을 나누었다.그는 변변한 물건은 동생들에게 주면서 종들에게까지 마음을 썼다.누이동생인 이정견의 아내가 집이 없기 때문에 본집을 그에게 주려고 했다.이에 아우들이 부모 계시던 집은 장자가 가져야 한다고 반대하자 다같은 자식으로 나만 집을 가질수 없다면서 무명등의 재산을 팔아 이정견의 집사는데 보태었다.아우 담년도 가재를 팔아 형의 뜻에 따랐다(이육의 「청파극담」에서).재산 놓고 아옹다옹하는 것과 대조가 되지 않는가.

사람들은 대체로 그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한다.그래야만 봉제사 제대로 하고 가문도 떳떳이 이어가리라 생각하면서.그 유지를 잘 받들면 좋겠지만 그 유산이 도리어 사람까지 망쳐버린 사례도 적지않다.거저 생긴 재산에 자신의 피땀이 어려있겠는가.그러니 귀한줄을 모른다.낭비하고 실수하고 하다가 쉽게 날려버린다.저승의 아버지로 볼때는 자식과 재산을 함께 잃은 꼴이다.

이를 경계하여 「명심보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한서」(한서)에서 인용하여 적어놓고 있다.『상자속에 가득히 황금을 채워두는 것이 자식에게 경서 한권을 가르쳐 주느니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주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 한가지 재주를 가르쳐 주느니만 못하니라』.지봉 이수광의 자경수신훈에도 그런 대목이 보인다.『…착한일 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재물로써 그 자손을 부유하게 하려는 사람은 그 자손을 불행하게 만든다』

『재산을 자식에게만 물려주지 말고 이웃과도 나눕시다』고 하는 유산 남기지 않기운동이라는 것이 있다.10년전 종교인들 사이에서 싹튼 이 운동은 이제 각계각층의 비종교인까지 가세하여 깊이 널리 뿌리내려 가고 있다고 한다.자식에게 물리는 참된 재산은 「건전한 정신」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1994-05-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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