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어떻게 하나/임영숙(서울광장)

내신,어떻게 하나/임영숙(서울광장)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4-04-23 00:00
수정 199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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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제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교육부장관까지 그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하고 나섰다.확실한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채 장관의 성급한 언급이 앞서 「해명」소동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대학입시에서의 고등학교 성적 내신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신제의 바람직한 개선방안은 무엇인가.그동안 여러 방안이 제시됐지만 그 해답을 찾기는 참으로 어렵다.

우선 반영비율을 축소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현행 내신제 때문에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대도시 학부모들(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바람이다.

교육법 시행령이 내신반영률을 40% 이상으로 못박고 있지만 대학이 현행 15등급의 내신등급을 10등급으로 줄여 실질반영률을 낮출 수는 있다.지난 80년 내신제가 채택된후 그런대로 정착된 이 제도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된 것은 올해 대학입시에서부터 내신반영비율이 종전의 30%에서 40%로 높아진 탓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방안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 방법은 우리 내신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의 해결에는 미흡하다.현행 내신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에게 이른바 「만능선수」를 요구하는 획일적 상대평가제라는 점이다.학과 점수의 총점으로 등급을 매겨서 내신 1등급이면 모든 분야에 1등급인 것처럼 인정받게 한 것이다.이같은 평가 방법으로는 학생의 특별한 재능이나 리더십 봉사정신등 전인적인 평가는 불가능하다.물론 현행 제도에서도 내신성적의 10%를 특별활동·행동발달·교내외 봉사활동 성적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질 반영비율이 높지 않거니와 대부분의 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최상위등급을 부여하고 있어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번째로 내신의 반영비율·반영방법을 모두 대학 자율에 맡겨 각 대학의 특성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선진외국의 많은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 제도는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이상이기도 하다.

이 경우 현행 내신제도의 문제점은 모두 해결 가능하다.대학마다 그 설립이념에 따라 다양한 평가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수 있으므로 지역·학교간 격차도 인정하고 내신의 획일성도 해소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교육의 평준화 구조 자체를 깨는 것으로 내신제도 개선을 넘어서 교육제도 전체의 개혁과 관련된 사항이 된다.

또한 평준화의 틀을 깨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대학이 공정한 입시관리 체제와 공신력을 구비해야 하며 고등학교의 생활기록부가 학과성적은 물론 행동발달상황 등까지 자세하고 합리적으로 기록돼 대학에 제출돼야 한다.그러나 우리 대학의 행정능력은 고등학교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의 효과적인 활용은 타당성있는 평가도구의 개발과 함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전국적 전산화작업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가능한 방안은 대학에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주고 교육부가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으로 보인다.즉 반영비율은 그대로 두고 평가방법은 대학자율에 맡긴다거나 반영비율에 융통성(내신총점 20%,과목별 가중치 20% 등)을 주는 것 등이다.이 경우도 대학의 수용능력이 문제가 되는데 대학평가제를 조기 실시하여 준비태세를 갖춘 대학이 원할경우 자율권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할것이다.

최근 이해가 엇갈린 학부모들간에 시위사태까지 불러 일으킨 예·체능계의 내신반영방법,불우한 학생들을 위한 제도임에도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는 검정고시에 의한 내신성적 산출방안,내신 1등급이라 하더라도 수능시험 성적이 전국평균에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등에 대한 연구도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연구팀을 구성하여 올해안에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볼 일이지만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중요성때문에 이렇게 한마디 덧붙여 보는것이다.대학입시제도의 변화와 관계없이 내신제도는 정착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신의 객관성 타당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철저히 연구돼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내신의 전산화작업과 대학차원의 내신 사후평가제 도입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논설위원>
1994-04-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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