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외국원전 어떻게 운영하나:3)

스웨덴(외국원전 어떻게 운영하나:3)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4-04-15 00:00
수정 199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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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폐기물 길이 1.2㎞ 해저동굴 저장/콘크리트상태로 반입,누출위험 전혀 없이

1980년 스웨덴은 국민투표로 매우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다.

오는 2010년 이후 원자력 발전을 불허하고 95년과 96년에 원전 1기씩을 조기 폐쇄한다는 내용이었다.그러나 11년 뒤인 91년 5월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중앙당 등 3개 정당의 합의아래 이 계획은 폐기된다.

번복 사유는 간단하다.아무리 따져봐도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발전원이 없기 때문이다.80년의 결정이 정치적 차원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음이 실증된 셈이다.

스웨덴에는 수력이 풍부하지만 다른 에너지원은 빈약하다.그래서 원자로 개발이 일찍이 40년대부터 시작됐다.45년에 연구용 원자로가 처음 등장했고,72년엔 자체기술로 첫 상업용 원전을 가동하는 데 성공한다.

그 후 스웨덴의 원자력 개발은 장애없이 추진됐다.반핵의 조짐도 없었다.한 때 핵문제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13기의 원전 건설에는 차질이 없었다.

그러다 76년 새 정부가 들어서자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문제를 놓고 국가에너지 계획에 대한 논쟁이 재개됐다.논쟁은 79년 미 트리마일(TMI)원전사고를 계기로 증폭돼 결국 국민투표로 이어지게 된다.의회는 투표결과에 따라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12기의 원전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결정했던 것이다.

3개 정당은 91년 이 결정을 다시 뒤집고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5개년 계획」에 착수하면서 3가지 충족요건을 제시한다. 원전이 폐쇄돼도 고용수준이 유지돼야 하고,원전폐쇄의 여파로 석탄과 석유의 사용이 늘어서는 안 되며,원자력만큼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에너지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었다.대체에너지 개발에만 대략 2백19억∼4백60억 크로나(5조9천억원)의 자금이 들어가야 했다.원전이 폐지돼 전기요금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지고,철강업과 기초 화학산업 등의 생산이 반감되며,13만명(스웨덴 총인구 8백40만명)이 일시에 해고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따라서 국민들은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의 개발구상을 「환상」으로 받아들였다.

스톡홀롬에서 북쪽으로 2백㎞ 떨어진 해안에 위치한 SKB(스웨덴 핵연료 폐기물 관리회사)의 포스마크 폐기물 처분장.포스마크 원전 1·2·3호기 인근에 있는 이 처분장은 발틱해변에 60m 깊이로 뚫은 해저 동굴로 길이가 1.2㎞이다.저장능력 1만8천㎥로 88년부터 스웨덴의 원전에서 나오는 작업복과 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며 일반에 공개된다.

시멘트로 밀폐한 중·저준위 폐기물들을 거대한 크레인이 착착 쌓는 모습을 누구나 볼 수 있다.폐기물이 콘크리트 상태로 반입되기 때문에 방사선의 위험이 전혀 없다.그럼에도 중앙 감시센터는 동굴처분장 곳곳을 감시하고 오염도를 시시때때로 체크한다.

이 처분장은 스웨덴의 원전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계획보다 축소돼 건설됐다.SKB는 당초 중준위 폐기물용 사일로 4개와 9개의 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건립할 계획이었다.그러다 원전계획의 수정으로 2010년까지 나올 폐기물 처분량에 맞춰 규모를 줄였다.지금은 중준위 폐기물용 사일로 1개(직경 30m,높이 70m)와 저준위 폐기물처분장(높이 21m,길이 50m)4개만 들어서 있다.

이곳이 처분장으로 선정된 것은 해저암반이 잘 발달된 데다 지진의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보다 중요한 것은 처분장이 들어설 당시(83년)지역 주민의 반대가 없었다는 점이다.스톡홀롬에서 일부 학생들의 시위가 있었을 뿐이다.포스마크 처분장의 핸드리 홍보부장은 『지금 투표를 하면 원전을 찬성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정부가 원전을 안 짓겠다고 했지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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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마크의 처분장은 스웨덴의 원전정책으로 축소됐지만 앞으로 더 늘릴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고 있다.계획 단계에서 민란 수준의 대혼란을 겪었던 우리의 「안면도 폐기물 처분장」 사건이 떠올랐다.<스톡홀름=권혁찬기자>
1994-04-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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