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영생교주/박용현 사회부기자(현장)

고개숙인 영생교주/박용현 사회부기자(현장)

박용현 기자 기자
입력 1994-04-13 00:00
수정 199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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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배 인도 강사… 신도들이 신격화”

『주님이 법정에 나오시면 주님의 희생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다같이 묵념합시다』

영생교 승리제단 교주 조희성피고인(63)에 대한 사기·횡령사건의 첫 공판이 진행된 12일 하오2시 서울 서초동 법원 318호 법정에서 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나온 2백여명의 영생교 신도들을 향해 한 맹열신도가 외쳤다.

그러나 막상 피고인석에 선 조피고인은 『나는 교주가 아니라 예배를 인도하는 강사에 불과하다』면서 『인간의 육신이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희망사항이요 기대일 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불로불사」하는 신이 아님은 물론 교주라는 지위조차 스스로 부인한 것이다.

검찰조사과정에서 『하나님인 나를 인간이 어떻게 조사하느냐』며 호통을 치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검찰이 이어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캐묻자 『돈은 건드려본 적도 없다』고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신도들이 자진해서 헌금을 책상위에 놓고 가면 교회살림을 담당하는 여신도회장이 이를 가져가 관리했을 뿐돈문제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영생교 비리를 조사하던 경찰관 3명을 폭행·감금한 혐의에 대해서도 『그들이 불량배인 줄 알고 신도들을 불렀을 뿐 폭행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역시 부인했다.

조피고인은 또 신도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나를 신격화하므로 인간냄새를 풍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마당에 돈관리나 폭행지시등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이날 공판장에서 여느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재판장의 호명에 순순히 일어섰다 앉았다 했다.「신의 모습」은커녕 평범한 피고인에 지나지 않았다.

조피고인이 자신은 결코 신이 아님을 누누이 밝히고 있는 동안 방청석의 신도들은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그들이 표현한대로 「고난받는 주님」을 바라보고 있었다.<박용현기자>
1994-04-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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