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 무방비(고교내신관리:상)

실태/“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 무방비(고교내신관리:상)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1994-03-18 00:00
수정 1994-03-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학과성적에 80% 비중… 사례금 등 판쳐/특활점수 반영않는등 곳곳 허점 많아

우리 교육현장을 일파만파로 흔들면서 교육계의 치부를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내 놓고 있는 상문고 사태는 결국 대학입시와 관련된 고교내신성적에서 비롯된 것이다.도입 14년째를 맞은 내신제도는 그동안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학생의 대학진학을 볼모로한채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켜 오기도 했다.내신의 제도자체보다는 사람에 의한 관리의 문제에 초점을 두어 그 현황과 문제점·개선방안등을 상·중·하로 분석해 본다.<편집자주>

말로만 떠돌던 일선고교에서의 내신성적조작 의혹이 상문고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사실로 드러나 내신성적 관리가 심각한 교육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은 학교관계자들이 내신성적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확인시켜줘 「갈 데까지 간」 입시교육의 속살을 거침없이 보여줬다.

이번 일을 단순한 성적조작 사건으로만 보기에는 교육계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커 경악을 금할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 사건은 대학입시에서 40%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신성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학교현장에서의 고질적인 금품수수,사학설립자의 교육자적 양식을 저버린 축재행각등 사학의 총체적 부패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상징적인 단면이기 때문이다.

상문고 사건 역시 지난해 광운대·경원대등의 입시부정과 교육평가원 관계자의 시험지 밀반출사건등에 이어 학교측의 도덕적 불감증,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교육당국의 안이한 감사및 미봉적인 입시제도가 한데 뒤엉켜 빚어낸 또하나의 합작품이다.

이번 사건의 빌미인 내신성적제도는 지난 81년부터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면서 동시에 대학입학의 선발자료로도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로 이같은 당초의 목적은 지금까지 교육발전에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그 반대현상으로 각종 부작용을 빚어온 것도 사실이다.

내신성적의 입시 반영비율은 81년 20%에서 82∼86년 30∼50%,87년 40%,88∼93년 30%이상등으로 변천했다가 올해부터 다시 40%이상으로 높아졌다.

또 고교생의 내신성적은 3년간의 학과성적 80%,출석상황 10%,특별활동 10%를 반영해 15등급으로 나눠 평가한다.

이처럼 학과성적의 비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많은 점수를 얻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서울 K고 김모교사는 『현행 대학생 선발기준은 오로지 학생의 성적에만 의존하고 있어 내신평가를 둘러싸고 일선고교에서는 각종 탈법·편법사례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며 내신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시행 14년째를 맞은 내신제도의 문제점은 ▲학교간·지역간 내신등급의 불균형 ▲예·체능계및 과학고등 특수고교 학생의 불이익 현상 ▲내신조작의 가능성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서울등 전국 15개 평준화지역을 제외한 비평준화지역의 학생들이 선발고사를 통해 고교에 진학,우수한 학생끼리 경쟁하다보니 15등급으로 분류한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고,같은 성적이더라도 도시지역보다 다른지역 학생의 등급이 더 높아지는등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을 안고있다.

특히 학과목보다는 실기에 중점을 두고있는 예·체능계 학생의 경우 일반학생과 똑같이 내신평가를 받고있어 그 불이익이 많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내신성적의 조작은 상문고의 경우처럼 이 제도를 잘못 운용한데서 비롯됐다.

지난해 교육부가 서울의 명문이라는 대원외국어고·상문고등 5개교를 현지감사한 결과 모두 특활성적의 기재를 누락하는 등 잘못한 점을 적발한 사실도 내신제 관리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단지 이들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서울의 J고 등 명문사립고와 지방의 대부분 사립고에서도 이같은 실상이 성행하는 것으로 파악돼 내신제도문제는 소문난 것보다 더욱 심각하다.<박선화기자>
1994-03-18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