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업무보고/개선할까/폐지할까/청와대 일각 「효용성 논란」언저리

새해 업무보고/개선할까/폐지할까/청와대 일각 「효용성 논란」언저리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4-01-27 00:00
수정 199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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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의 잔재… 허례성 연례행사/부처 「한건주의」로 정책불신 우려/관련부처 공동보고·내각 사전검증 등 검토

정부 각부처가 대통령에게 하는 연두업무보고제도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청와대에서부터 이런 행사가 꼭 필요한가,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하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정무수석실에서는 벌써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업무보고는 지난 11일 과학기술처를 시작으로,26일까지 19개부처가 마친 상태로 오는 28일 정무1장관실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난다.정권이 바뀌었으면서도 「형식을 간단히 한다」는 지침만 달라졌을 뿐 지난 30년동안 이어져온 「전통의식」이 그대로 답습됐다.

대통령으로 취임한뒤 처음인 업무보고를 들으면서 김영삼대통령의 심기는 편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장관들 가운데는 업무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일문일답을 통해 알아본 국·실장들의 업무에 대한 숙지도나 창의력도 그다지 높지 않았던 때문이다.여기다 무엇보다 실질을 중시하는김대통령으로서는 새해 벽두의 중요한 한달을 이같은 허례성 행사로 소모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정책관계자는 새해 업무보고를 「군사독재정권의 공무원 열병식」이라고 풀이할 정도다.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청와대관계자들의 업무보고에 대한 인상은 이같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정통성없는 정권의 관료조직에 대한 권력적 현시욕의 발로이면서 동시에 결과중시행정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는듯 보인다.

새해업무보고는 경제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있던 「3공」때 시작됐다.연초에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과정을 끊임없이 평가하는데 이 제도는 매우 효과적이었다.그때로서는 우리사회 관료조직의 능률성을 높이는데 이 제도만큼 기여한 것도 없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청와대안에서 새해업무보고의 존폐문제가 논의되고 있는데는 국가의 행정목표가 변했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무엇보다 정책결정과정이 단선구조에서 다선화한 지금 한해의 업무계획과 목표를 모두 연초에 설정,여기에 얽매이게되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새해업무보고를 위해 각부처는 대략 12월초부터 1월초순까지 각 국·실로부터 아이디어를 모아 이를 종합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다른 부처에서 내지 못하는 아이디어나 부처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에 높은 점수가 주어짐은 물론이다.관료들이 보는한 새해업무보고는 대통령에게 「한건」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이 때문에 몇개부처와 협의를 거쳐 입안되고 발표되어야 할 사안들이 구구각각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한건주의」 의식때문에 관련부처와의 협의는 고사하고 미리 아이디어가 다른 부처에 흘러나갈까봐 보안에 노심초사하는 현실이다.환경세신설파문도 이런 문제점이 압축돼 나타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한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큰 정책들이 마구 발표되고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그 불신의 여파는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온다는게 업무보고에 대한 청와대쪽 총평이다.잘된 정책에까지도 불신의 눈길을 따라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어떤 개선책을 내놓을지는 아직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새해들어 국정책임자와 부처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는 존속시키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만만치가 않다.때문에 우선은 발표되는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책이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관련부처들이 서로 협의해 공동으로 업무보고안을 만드는 방안등을 생각할 수 있다.청와대에 보고하기전 내각 차원에서 한차례 검증을 받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다.외국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는 점때문에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있다.<김영만기자>
1994-01-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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