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의 인력 양성(국제화 앞서간다:9)

한진의 인력 양성(국제화 앞서간다:9)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4-01-23 00:00
수정 1994-01-2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외국어 자유자재” 국제신사 키우기/2개국어이상 구사해야 과장 승진/“현지경험 중시” 직급별로 해외연수

대한항공 이모부장은 최근 로마 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입사한 지 16년만이다.그동안 이부장은 해외에서 절반을 보냈다.푸랑크푸르트,시드니,호치민,마닐라,뉴욕 등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다.외국어에도 능통하다.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국제 신사이다.그러나 대한항공에서 이를 부러워하는 직원은 별로 없다.

다른 직원들도 대부분 같은 경력을 지녔기 때문이다.대한항공 직원뿐이 아니다.한진그룹에 입사하면 누구나 국제인으로 자란다.외국어를 못하면 승진이 제한된다.신입사원에서 부장이 될때까지 최소한 5차례는 외국물을 먹어야 한다.자기만 원하면 외국어는 10가지라도 배울 수 있다.각 나라의 문화도 전문가 못지 않게 훤하다.

한마디로 「국제 인력 양성소」인 것이다.한진그룹은 지난 70년대 초에 이미 「인력의 국제화」를 추구했다.서비스업을 주력으로 하고있는 그룹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상품을 팔고 사는 제조업과는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언어는 말할 것도 없고 습관,예절,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국제화」가 요구됐다.한국적 사고로는 경쟁력이 없었다.그러나 치밀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국제화는 아니었다.단지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자연스레 국제화로 이어진 것이다.

한진이 자연 발생적인 국제화를 체계화시킨 것은 지난 80년대 초.조중훈 그룹회장이 「현지 경험」을 중시하며 수시로 『특정 지역의 영업정책을 알려면 현지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게 시발점이 됐다.

한진의 인력 양성은 대부분 외국에서 이뤄진다.말로만 배우는 국제화가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다.이같은 인력의 국제화 계획은 직급에 따라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국제감각 익히기가 1단계이다.지난 85년부터 1년 미만의 사원들을 유럽,미주,동남아,일본 등에 연수를 보냈다.지난 연말에는 갓 입사한 대졸사원 3백명 모두를 일본에 보내 소니,신일본제철 등을 견학시켰다.신입사원 입사교육에 해외연수 과정을 포함한 것은처음이다.

두번째는 1년 과정의 지역 전문가 양성 단계이다.지난 82년부터 과장,대리급을 선진 10개국에 보냈다.첫 6개월은 현지 주민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생활 언어를 배우고 후반 6개월은 현지 지점에서 업무를 익힌다.

세번째 단계는 지난 84년부터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해외연수 제도이다.신규 취항이나 시장 개발을 위해 현지에서 언어,문화,예절 등 그 지역에 적응할 능력을 키운다.현재 중국,소련,남미 지역이 대상이나 올해 중미,베트남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네번째는 부장급까지 전문 인력을 키우는 과정.매달 영업,비행,정비,서비스 등 분야별 관리자를 제네바,싱가포르 등에 보내 위탁교육을 시킨다.마지막 단계는 부장급 위주로 한 경영관리 교육과정이다.선진 외국기업을 방문하거나 해외에서 석학들과 세미나를 열며 경영수업을 받는다.보름 과정으로 모든 대화는 외국어로만 이뤄진다.

이밖에 외국어를 2개 이상 구사해야 과장급 이상으로 승진할 수 있으며 해외 지점과의 문서 교류는 모두 영문으로 통일했다.<백문일기자>

◎이경균대한항공상무/“퇴직때까지 매년 연수”/“현지인과 생활” 「지역전문가」 과정 확대

대한항공의 인사를 총괄하는 이경균 상무는 『인재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고 말한다.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갖췄더라도 갈고 닦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사람을 키우는 데 인색해선 기업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인력 양성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서비스 산업이 주종이 될 21세기에는 사람의 역할이 더욱 커져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항공이 지향하는 인재는 「국제 신사」라고 말한다.어학 등 전문지식뿐 아니라 예절과 바른 성격도 갖춰야 한다.

또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자기 일을 척척 수행할 수 있는 적응력도 지녀야 한다고 설명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당당히 겨루기 위해선 국제적 감각이 필요합니다.외국어는 필수 과목이고 한 나라의 문화·정치·경제·역사 등에도 현지인 못지 않게 정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은 15가지가 넘는다고 한다.입사에서 퇴직할 때까지 매년 연수를 받을 정도이다.남들은 기껏해야 평생 1∼2차례 외국에 나가지만 대한항공 직원은 외국 나가기를 제집 드나들 듯 한다.그만큼 보고 듣는 것도 많아지게 마련이라고 이상무는 강조한다.

특히 어학 연수는 웬만한 학원보다 낫다고 한다.토익 점수는 7백50점 이상,회화는 외국인과 자유자재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라야 승진길이 열린다.현지 주민들과 생활하며 스스로 익히는 「지역 전문가」 과정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4-01-23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