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오리사냥/워싱턴 이경형(특파원코너)

클린턴의 오리사냥/워싱턴 이경형(특파원코너)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3-12-30 00:00
수정 199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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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규제 반대 무마… 동물보호론자에 신경

워싱턴의 「실력자」들이 거의 대부분 연말휴가를 즐기고있는 가운데 클린턴미대통령도 27일 새벽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속에 물오리 사냥길에 나섰다.

새벽 5시30분에 백악관을 빠져나와 워싱턴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동안 달려 체사피크만에 있는 테일러 섬에 도착했다.클린턴대통령은 먼저 관리사무소에서 3일간 사용할수있는 메릴랜드주 발행의 사냥면허증(45달러)을 사고 여기에 연방정부인지대 15달러 50센트,주정부인지대 6달러를 내 모두 66달러 50센트를 납부했다.

얼룩무늬 위장모에 위장복으로 갈아입고 허벅지까지 목이 올라오는 긴 장화도 신었다.이어 그는 이 섬의 오리사냥터 주인으로부터 빌린 윈체스터 엽총을 들고 물가로 가서 두시간동안 숨을 죽이며 물오리들이 수초밭으로부터 날아오르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물오리 두마리가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방아쇠를 당겼다.그중의 한 마리를 포획했다.이날 사냥은 이것으로 끝났다.

클린턴은 새벽같이 나와 추운 날씨속에 두시간씩이나 물오리를 기다릴정도로 과연 사냥을 좋아하는 것일까.이날 사냥은 오클라호마주 출신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빌 브루스터의 주선으로 이뤄졌다.그는 전국총기류협회이사이자 지난번에 의회에서 통과된,총기류구입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의 브래디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의원이다.

미국에서는 총기소지의 자유라는 오랜 전통으로 인해 클린턴행정부의 범죄예방을 위한 총기류관계법의 강화정책에 의외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들가운데 상당수는 클린턴의 총기류정책이 스포츠로서의 사냥을 즐길수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있다.

이른 새벽 클린턴의 사냥길 꽁무니에서는 한 여성이 『야생동물들과의 전쟁을 중지하라』는 피켓을 들고 계속 시위를 벌였고 환경및 야생동물보호단체들은 클린턴의 이날 오리사냥을 비난했다.

백악관당국은 이를 미리부터 감안했는지 사냥취재 풀사진기자들에게 클린턴이 엽총을 쥔 모습이나 총맞은 오리와 함께 등장하는 사진은 촬영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또 사냥후 브루스터의원은 자신이 오리를 쏘았다고 했고 클린턴대통령은 이날『우리는 오직 (8명이 참가한 사냥팀의 수확치고는 너무나 적은)한 마리만 잡았다』고 애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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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냥행사는 결국 클린턴의 총기류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을 무마하면서도 동물보호론자들의 신경을 최대한도로 거슬리지않게 짜여진 고도의 정치성 제스처였다.
1993-12-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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