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 발굴사업 본격“시동”/부여능산리 유물 대량출토가 촉매역할

백제문화 발굴사업 본격“시동”/부여능산리 유물 대량출토가 촉매역할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3-12-24 00:00
수정 199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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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유적에 치중,백제권발굴은 부진/정부,“부여 나성·동서고분군 복원 박차”/백제를 패배의 역사만으로 봤기때문에 빛 못봐

금동용봉봉래산향로를 비롯한 4백50여점의 귀중한 백제 유물을 찾아낸 부여 능산리 집터 발굴작업은 새정부들어 적극 추진되고 있는 백제문화권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우리의 삼국시대사 규명작업,그 가운데서도 발굴및 복원부문은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쪽에 치중되어 있었다.불가피하게 신경을 쓸수 없는 고구려의 경우도 해석의 방향은 빗나가지만 북한당국에 의해 어느 정도 빈곳이 메워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백제문화권의 발굴및 복원작업만이 지지부진했던 셈이다.

이렇게 된데는 오랫동안 어어져 온 권위주의 정부의 이른바 「승자의 논리」가 문화재보존정책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여기에 신라의 경우 통일신라와 고려를 큰 변란없이 거치며 어느 정도 유적·유물의 보전이 가능했다.그러나 백제의 그것은 땅속에 묻혀있지 않는 한 단절이 불가피했던 것.집권자들의 출신지에 따른 영남지역 우선개발 정책도 정책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문화에 대한 열악한 안목도 문제였다.백제를 패배의 역사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라는 유행가가 있다.이 노래는 흔히 백제 패망의 구슬픈 역사를 담은 흘러간 옛 노래로 치부된다.그러나 이 노래가 1936년 일제에 의해 금지곡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일본에 문화를 전해주고,일본의 고대사를 정립해 준 백제시대를 그리워하는 반일적인 노래』라는 이유에서 였다고 한다.이 간단한 예에서도 백제사의 중요성은 폐부를 찌른다.

백제문화권정비계획은 지난 88년 시작됐다.그러나 백제문화에 대한 역사인식의 전환에 따른 정책추진이었다기 보다는 신라문화권과 상반되는 극단적인 투자외면과 이에따른 해당지역민의 불만을 아우른다는 정치적 이유가 컸다.이 계획은 93년으로 제1단계가 마무리되고 문민정부가 출범한 올해부터 제2단계 사업에 들어갔다.그 결과 이제는 문화재예산도 백제문화권이 신라문화권에 비해 많아졌다.

능산리 유물의 발굴은 백제문화권정비사업을 화합차원에서 더욱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민정부에는 하나의 큰 선물이다.이와함께 능산리 유물이 정부에는 백제문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포함한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하는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이민섭문화체육부장관이 22일 발굴현장에서 『부여의 나성 및 나성동문,건물지유적,동·서고분군을 일체화해 정비 복원하는 한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른 백제권개발사업도 더욱 힘을 기울여 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새정부가 추진한 사업의 성과를 과시하고자 하는 뜻과 함께 이같은 부담을 표현했다고 할수 있다.

이처럼 능산리 유물의 출토는 국가적 보물이 하나 더 나왔다는 것 보다는 역사해석에 있어 거리낄 것이 없는 새정부 출범 이후 국민과 정부 모두에게 백제문화에 대한 재인식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발굴시기가 절묘했다는 것이 역사·고고학계의 뒷이야기이다.<서동철기자>
1993-12-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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