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벗어난 쌀 논쟁/김영만 정치부차장(오늘의 눈)

본질 벗어난 쌀 논쟁/김영만 정치부차장(오늘의 눈)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3-11-30 00:00
수정 1993-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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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이 29일 국회연설을 하는 동안 정치권의 쟁점을 한 신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이 있었다.김병오의원등 민주당의 몇몇의원들은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자신의 자리에 「쌀 개방반대」라고 쓴 종이 표찰을 세워 관심을 끌었다.큰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이정도 「쇼」는 애교로도 볼수있다.

그러나 야당과 정부의 쌀 개방을 둘러싼 공방은 서로가 핵심을 비켜나 있다.국민학교 고학년만돼도 알만한 본질을 굳이 외면하고,변두리만 맴돌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쌀 시장개방은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는 일이 아니다.정부가 쌀 시장을 고수할 의지가 있다고 지켜질 것도 아니고,의지가 없다고 개방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쌀 시장 개방여부가 미국과 EC간의 농산물협상의 진전에 달려있다는 점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물론 특수사정을 가진 나라들끼리 뭉쳐 협상을 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런것을 야당이 모를리 없다.야당이 쌀시장 개방반대를 고수할 수는 있다.그러나 쌀시장을고수하라고 말하려면 동시에 『쌀 시장을 지키기 위해 GATT체제를 탈퇴해도 좋다』고 말해야 한다.미국과 EC의 농산물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UR가 타결된다면 쌀시장 고수와 GATT체제내 잔존은 양립하기 어렵다.책임있는 야당이라면 「쌀시장 개방반대」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무책임하고 비겁한 일이다.

정부는 더 무책임하다.일주일 이내에 우리정부는 현실적인 대안을 공표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그런데도 정부당국자들은 『쌀 시장개방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만 강조하고 있다.정부의 입장은 반대한다는 것만 밝히고 끝까지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것이다.UR가 타결돼 최소시장접근허용이나 부분개방이 이루어지면 그때가서 설명하면되지 미리 설명할 게 뭐냐는 것이다.

정부와 야당의 본질을 벗어난 논쟁을 지켜보고 있으면,어떻게 하면 국내시장의 충격을 줄이거나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느냐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적 피해의 극소화와 정치적 이익의 극대화에만 매달려 있는 인상이다.정부는 막판까지 정확한 실상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적손실을 최소화하려 하고,야당은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면서도 「개방반대」만을 외쳐 정부여당의 발목 잡기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의 협상전략을 미리 까 놓을 필요는 없다.그렇더라도 우리가 의지만 있으면 쌀시장을 지킬수도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돌아가고 있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1993-11-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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