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사회(변화하는 세계기업:중)

국적없는 사회(변화하는 세계기업:중)

김현철 기자 기자
입력 1993-11-13 00:00
수정 1993-11-1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인재 현재 채용… 경영노하우 배워/다양한 시장 수요에 신속 대응/고객위주 활동… 경쟁우위 확보

『우리 회사는 일본 회사도 미국 회사도 아니다.오직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미국에 있는 회사일 뿐이다』

도요타자동차 뉴욕 북미지역 법인의 폴 안드리 대외협력 책임자는 경영 방침이 「무국적」기업이라고 밝힌다.경영 효율이 최우선 과제인만큼 더 이상 국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소비자의 애국심에 호소해 상품을 파는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질 나쁜 물건을 국산품이라고 사 주는 소비자도 사라지기 때문에 기업의 국적 개념이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고객 위주의 기업활동」이 점차 뚜렷해지는 추세는,기업으로 하여금 소비자는 물론 소비자가 속해 있는 지역이나 국가까지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국적을 초월하는 경영을 위해 도요타는 지난 88년 미켄터키주 조지타운에 일본 본사에 이어 두번째로 큰 자동차 생산공장을 설립했다.2만여개가 넘는 부품 중 75%를 4백15개의 미국 업자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에 「캘티」 R&D센터를 세웠으며,「엔에버」 부품성능 평가소와 세계 최대의 속도 시험장까지 피닉스에 갖췄다.

무역마찰을 피하고 생산 거점의 다변화를 위해 현지공장을 설립하던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소비자에게 보다 가까이 접근하는 현지화를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국적을 초월한 사례는 고용의 현지화를 실현한 유럽계 회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뉴욕 맨해턴에 자리잡은 도이치 뱅크는 지난 해 미국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독일의 최대 보험회사인 「게링사」의 지분 30%를 매입,현지 경영에 나섰다.경영 총책엔 파격적으로 미국인을 임명했다.

『미국인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지 금융시장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면 복잡하고 어려운 월 스트리트에 발을 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라스만 수석 부사장은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우수 인력의 현지 채용을 통해 미국의 이자율,자산관리,기업합병 및 인수방법 등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은행의 직원 가운데 독일인이56명 뿐이고 미국인이 1천3백44명이다.자산 및 주주 구성비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국적을 초월한 인재 발탁을 통해 「글로컬리제이션(글로벌리제이션+로컬리제이션)」이란 개념을 실현한 셈이다.

국제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메킨지&컴퍼니사의 알렌 메릴씨는 현지 인력 고용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진출한 지역의 소비자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최고 경영자만이 변화하는 다양한 시장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우리도 많은 기업이 해외에 나가있다.인건비 등을 이유로 동남아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판매를 위해 세계 각국에 지사를 설치한다.그러나 경영진은 여전히 본국에서 파견한다.외국인을 어떻게 믿느냐는 생각 때문이다.그 결과 현지의 요구와 기호에 부응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데는 여전히 미흡하다.

설비투자 등 하드웨어보다 인적자원 관리 및 경영 노하우 습득을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접근방식이 절실한 셈이다.지금 세계는 「생각은 글로벌,행동은 로컬」한 기업만을 허용하고 있다.<뉴욕=김현철기자>
1993-11-13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