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운전학원(외언내언)

이런 운전학원(외언내언)

입력 1993-10-21 00:00
수정 199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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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어느 기업체 사장에게 친지들이 자동차운전학원과 컴퓨터학원에 등록할 것을 권유했다.그런데 몇달후 그 사장이 컴퓨터는 하겠는데 운전은 못하겠더라고 말해 친지들을 놀라게 했다.

컴퓨터 다루기보다 자동차운전이 더 쉬울 것이라는 상식이 깨진 것은 운전학원 때문이었다.

오는 97년이면 남한의 모든 가구가 자동차 한대씩을 소유할만큼 자동차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운전학원의 공급부족으로 교습생들은 강사의 자질부족·시설미비등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심한 경우 운전을 포기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실시한 자동차운전학원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같은 현실과 함께 운전학원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대부분의 자동차학원들이 정해진 학과교습은 무시하고 기능교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능교습위주의 운전교육을 받고 운전면허를 따도 곧바로 시내운전은 못하는 운전자들만 배출된다.그런가 하면 운전경력이 오랜 사람도 다시 운전면허시험을 보면 불합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이런 불합리는 결국 운전면허시험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면허시험의 필수과정인 S자코스·T자코스에 들어갔다 나오기식의 곡예운전이 실제 운전생활에서 얼마나 필요한지,차량 움직임의 결과만을 컴퓨터로 측정하는 것이 나중 안전운전이나 방어운전을 보장하는 것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가 신발이나 다름없는 미국에서는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운전을 가르칠 수 있고 운전학원에서도 시내주행과 주차위주의 실용적인 운전기능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컴퓨터가 우리보다 더 생활화돼 있음에도 면허시험자의 옆자리에 시험관이 앉아 운전습관을 체크한다.

한국의 자동차도 이제 신발이 돼가고 있는 터에 불합리한 면허시험제도와 운전학원의 불편함으로 인해 운전을 포기하는 사태는 없어져야겠다.
1993-10-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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