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서울신문 먼저 보기
지난 7일 백악관 뜰에서 열린 기자회견 풍경은 아무래도 백악관 기자 회견사에 길이 기록될 것 같다.빌 클린턴 대통령과 알 고어 부통령이 공동으로 한 이날 회견장에는 전례없이 족히 몇t은 됨직한 서류철들이 지게차에 실려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두사람의 회견대 뒤에 벽처럼 쌓인 이들 서류철은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각종 정부기구가 얼마나 많은가를 기자들에게 실감있게 보여주기 위해 실어다놓은 관련기구의 규정집들이었다.정·부통령이 지게차까지 동원해 싣고 온 정부의 퇴적물들과 공동으로 벌인 회견인 셈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선거때 당선되면 10만명의 공무원을 감원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바 있다.그래서 그는 취임과 동시에 고어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행정개혁위원회를 만들고 지난 6개월에 걸친 작업끝에 개혁안을 만들어 이날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내놓은 안은 약속보다 두배가 넘는 25만2천명을 5년내에 감원하고 불요불급한 기구들을 없애 같은 기간동안 모두 1천80억달러의 예산을 절감시키겠다는 가히 혁명적이라할수 있는 내용이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25만명이란 숫자는 미국 전체 공무원의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정부기구는 30여년전인 1966년 수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미국같이 정돈된 사회에서 이런 규모의 대대적인 감원조치는 단순한 감원이라기보다 클린턴 행정부가 붙인 이름대로 「정부의 재창조」란 표현이 차라리 적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클린턴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완전히 고장이 나있다.우리는 이것을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호소했다.정부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지나치게 비능률적이며 지나치게 낭비적이어서 지금 수리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진단이었다.이 발표가 나자 미국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서울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클린턴의 발표대로되리라고 믿는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은 것 같다.나팔만 불었지 되는 것을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미국역사에서 정부기구 축소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05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들이 축소를 시도하다가 끝내는 오히려 불려놓고 물러나는 것이 상례가 되다시피 돼온 것이다.정치적 구호로선 그럴듯하나 구체적으로 자르려 들면 피해자들이 투표권을 갖고 반격을 해오기 때문에 물러서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좀 다르다는 낙관론이 있다.우선 의회가 민주당지배하에 있어서 의회라는 장벽을 넘기가 용이하고 개혁위원회에 관료들을 많이 포함시켜 실제로 정리가 가능한 분야가 감원대상이 돼있다는 지적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그대로 둘수 없다는 공감대가 미국사회에 널리 형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4조달러가 넘는 예산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미국이 더 이상 일등국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알고 있는 것이다.일종의 생존본능이라 할 수 있다.클린턴 정부는 행정부의 행정능률을 GM같은 일반기업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목표하고 있다.
아직은 부정부패를 도려내야 하는 단계지만 우리 정부도 비만증세가 없는지 살펴볼 때다.<뉴욕특파원>
1993-09-10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