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재계의 정치헌금 폐지/이창순 도쿄특파원(오늘의 눈)

일 재계의 정치헌금 폐지/이창순 도쿄특파원(오늘의 눈)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3-08-17 00:00
수정 1993-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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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일본총리는 지난달 29일 비자민세력이 자신을 연립정부 총리후보로 옹립하자 『「하늘의 뜻」으로 알고 엄숙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일본재계에는 호소카와총리가 말하는 「하늘의 뜻」과 유사한 「하늘의 소리」가 존재해왔다.재계의 총본산인 경제단체연합회(경단연)가 각 기업에 할당하는 정치헌금 고지서가 바로 재계의 「하늘의 소리」다.경단연이 기업규모에 따라 할당하는 정치헌금액은 「절대적 명령」이었다.

경단연은 냉전구조하에서 「자유주의경제의 보험료」로 정치헌금을 내왔다.경단연이 정치헌금단체·「국민정치협의회」 등을 통해 자민당 등에 제공한 정치헌금은 매년 1백30억엔(약1천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헌금이 내년부터 없어지게 됐다.경단연이 정치헌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경단연은 냉전붕괴로 자유주의경제를 지키기 위한 헌금이라는 명분이 없어진데다 정경유착과 관련한 국민들의 강한 비난을 의식,정치헌금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경단연의 정치헌금폐지방침은 호소카와정권의 「깨끗한 정치」실현을 위한 정치개혁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연립정권은 정경유착의 상징인 기업헌금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단연이 정치헌금을 폐지한다고 해서 정경유착구조가 당장 무너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이 시점에서 일본사회가 서둘러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비교적 떳떳했던 경단연 정치헌금보다 10배 이상이나 많은 「검은 돈」이 막바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던 자민당의 금권정치구조를 무너뜨리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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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는 어느 나라나 돈이 들게 마련이다.그러나 일본의 부패한 금권정치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이같은 정치풍토가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단연의 정치헌금폐지는 정권교체와 함께 경제계도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 상징성이 크다.정권교체와 함께 점차 투명해지고 있는 일본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시사는 없을까.
1993-08-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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