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의장”/강석진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대한민국의 의장”/강석진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1993-07-04 00:00
수정 1993-07-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제162회 임시국회는 대정부질문 첫날부터 파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장의 소동은 차라리 신선한 것이라는게 중론인 듯하다.

민주당의 박계동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지난 임시국회에서 12·12사태에 대해 황인성총리가 「12·12사태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과 관련,『정부내 견해차는 심각한 문제다.황총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만섭의장은 『의사진행을 원만히 하기 위해 우선 황총리가 답변을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대정부질문뒤 보충답변을 듣도록 하자』며 황총리에게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순간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영구원내총무를 비롯한 민자당의원들은 『의사진행은 의장이 답하는 것』이라고 고함을 치며 의장의 의사진행을 비난했다.이 문제에 대한 공방이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인 듯했다.

야당은 『의장의 결정을 합리적 다수가 아닌 폭력에 가까운 힘의 논리로 가로막는 것은 잘못』이라며 황총리가 나와서 답변하라고 맞고함을 쳤다.

황총리는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도 답변석에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회의는 여당의원들의 거센 항의로 정회됐다.40여분후 속개되자 의장은 『민자당은 왜 의사진행발언도 신청하지 않고 밑에서 떠드는가』라고 여당의원들의 태도를 꾸짖었다.의장은 간략한 답변후 국무위원석으로 돌아간 총리에게도 엄중 주문했다.『의장은 개인의장이 아닙니다.대한민국의 의장입니다.국회의장이 답변하라면 답변해 주세요』

과거 야당의원들이 의장의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국무위원들의 발언에 아우성을 치던 모습,그리고 의장은 여당의 원내전략에 따라 의사봉을 두드리던 모습에 아듀를 고하는 신선한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 가운데 의장은 우뚝 서 있었다.

여당출신이면서도 여당의원들의 잘못을 엄중하게 나무라고 총리에게도 의장의 권위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의장의 준엄한 일갈은 천금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날의 소동은 국회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켜온 과거의 수많은 소동들과 달리 군사독재하에서 일그러져 왔던 국회의 모습을 바로잡는 계기가 됨직했다.
1993-07-04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