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의 개혁진도 둔화 불가피/러시아 인민대회 결산

옐친의 개혁진도 둔화 불가피/러시아 인민대회 결산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2-12-16 00:00
수정 199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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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옐친세력의 조직력·수적우위를 입증/사유화 늦추고 정부 경제개입 확대될듯/이번대회서 뽑은 최고회의 대의원도 보수파 우세

보수·혁신세력간의 사력을 다한 세력대결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제7차 러시아인민대표대회(의회)가 14일 폐막됐다.이번 대회는 내년 4월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을 확정짓기로 하고 1년여 공석끝에 정식총리를 선출하는등 나름대로의 결실은 있었지만 의회·대통령 모두 흙탕물을 뒤집어쓴 「승자없는 대결장」이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최대쟁점이 된 가이다르총리서리의 퇴진 문제는 마지막날 의외의 인물인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부총리를 새총리로 선출함으로써 옐친대통령의 패배로 끝났다.

○국민투표 논쟁소지

이것은 향후 러시아의 진로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의회내 반옐친세력의 존재는 생각이상으로 조직적일 뿐아니라 수적우위가 확고함이 입증됐다.세반전을 위해 내건 가이다르 퇴진불가의 「배수진」이 무너짐으로써 옐친대통령은 앞으로 의회를 상대로 훨씬 힘겨운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을것같다.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키로 한 것은 옐친대통령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다.하지만 내년 4월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개정안 내용을 둘러싸고 또한차례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세력판도상의 난기류가 개혁정책 일반에 미칠 파장은 보다 심각하다.

가이다르의 퇴진은 러시아가 지난 1년의 시행착오를 전세계에 인정하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시민동맹 지지받아

체르노미르딘 새 총리는 실물경제토대위에 온건개혁을 주장하는 의회내 시민동맹측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는 점도 앞으로 개혁정책의 수정을 시사하는 부분이다.그는 총리수락연설에서 『개혁정책을 추진하되 국민들의 빈곤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혀 현실을 감안한 개혁을 펼 뜻을 밝혔다.

시민동맹은 사유화 속도를 늦추고 일부 기본품목의 가격동결,국가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등 경제부문에서 정부의 개입을 대폭 늘리는 온건개혁정책을 표방하고 있어 이들의 목소리가 대폭 반영될 경우 향후 러시아의 개혁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같다.옐친대통령은 부르불리스·폴토라닌장관등 핵심측근들 다수를 이미 의회와의 타협과정에서 희생시켰다.가이다르까지 물러난 마당에 그가 기존의 급진개혁정책을 고수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물론 타협과정에서 의회로부터 얻어낸 양보안들,즉 대통령이 포고령 발동권과 외무·내무·국방·보안등 4개부처장관 임면권을 계속 갖기로 하고 의회에서 정치적 의도로 통과시킨 정부관련 제법령을 효력정지시키기로 한 점등은 옐친대통령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하지만 이 조항들은 타협내용 자체가 모호해 앞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옐친 스스로 한계

일부에서는 이번 대회 결과를 놓고 옐친대통령 스스로가 가이다르식 개혁을 계속 추진하는데 한계를 느낀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최근 수개월 사이 부실국가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대폭 지급되고 화폐발행을 계속 늘리는등 사실상 가이다르가 주장해온 긴축정책 자체가 상당히 퇴색했고 의회와의 막판타협 직전 4개주요각료 임명권을 양보해 보수파들에게 더 「힘」을 준 것등이 이런 추측의 근거이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이루어진 최고회의대의원 교체결과 최고회의내 옐친세력 비율은 27%에서 20%로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이전보다 더 보수화되고 적대적인 최고회의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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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면에서 개혁속도의 단순한 수정이 될까.아니면 과거 고르바초프대통령 말기에 그랬듯이 이번에는 옐친 묵인하에 보수세력의 크렘린 장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막판 극적타협으로 일시 「미봉」은 됐지만 이번 대회가 남긴 숙제는 결코 간단치가 않을 것같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2-12-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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