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내모습 부끄럽습니다”/황인욱씨,간첩단사건 첫 공판

“어리석은 내모습 부끄럽습니다”/황인욱씨,간첩단사건 첫 공판

입력 1992-12-03 00:00
수정 1992-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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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 추종 후회… 북한적화공작 비난

서울형사지법 합의25부(재판장 양삼승부장판사)는 2일 「남한조선노동당」사건과 관련,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단체기관지 「백두산」편집국장 황인욱피고인(25·서울대 대학원)에 대한 첫공판을 열고 검사의 공소요지와 황피고인의 모두진술을 들었다.

황피고인은 『조국통일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북한의 대남공작사업을 무비판적으로 돕는 반국가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한뒤 『북한당국은 더이상 무모한 대남적화공작을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황피고인은 이어 『5공말기 서울대 대자보건으로 이곳에 선뒤 6년만에 간첩단관련자로 법정에 선 지금 「조국통일」이라는 미명아래 「반통일적 간첩행위」를 저지른 어리석은 지식인으로서의 내모습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고 말한뒤 『나의 「적」은 공안당국이 아니라 현란한 관념과 공허한 주체이데올로기에 빠져 현실을 편협하게 바라보았던 나의 무비판적 역사관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회발전을 위해필요한 것은 편협한 사상이 아니라 남의 행복을 인정하는 다양한 견해』라며 『조국통일의 앞길에 내자신이 쳐놓았던 가시철망을 스스로 거둬들이고 싶다』는 말로 모두진술을 마치려고 했다.

이때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배신자! 저혼자만 살겠다』며 방청석을 박차고 일어나 법정밖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황피고인은 의연한 자세로 이 여인을 바라볼 뿐이었으며 방청석 한가운데 앉아있던 황피고인의 아버지 황중연씨(60)는 『지은 죄를 양심에 따라 반성하는데 누가 뭐라는 게야』라며 노기띤 얼굴로 법정밖을 노려보았다.
1992-12-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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