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2-09-16 00:00
수정 199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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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라는 말은 짧게 표현하면 『속인다』는 말이다.이 간단한 이치도 법정으로 가면 길게길게 말씨름이 되다가 뭐가뭔지 모를 소리를 곁들여 알쏭달쏭한 결론이 내려진다.소비자가 그런 곤혹을 맛보았던 것이 이른바 「백화점 사기세일」사건이었다.산 사람이 어리석지 백화점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판결이어서 태산명동에 서일필이 되어 버린 듯한 사건이다.◆이 사건을 대법원이 뒤집어 원심을 파기하고 하급심으로 되돌려 보냈다.그 판결문이 오랜만에 우리로하여금 응어리가 빠지는 듯한 시원스러움을 느끼게 한다.『지나친 허위광고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논리가 명쾌하게 우리에게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말하자면 『속이는 건 사기다』라는 말을 한 셈이다.결국 원가로 팔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마치 할인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의 세일이 마침내 잡힌 것이다.◆미꾸라지는 워낙 잘 빠져나가므로 그걸 잡자면 손에 고운 모래를 바르거나 좁쌀 같은 것을 묻혀서 잡는다고 한다.「속는게 바보」지 장사꾼이 좀 과장광고를 했기로서니 그게 무슨 죄냐고잘 빠져나가던 백화점들을 대법원이 좁쌀 묻힌 손처럼 꽉 잡은 것이다.◆사람들이 백화점이라면 무조건 믿는 것은 그들이 보기에 근사해서도 아니고 이뻐서도 아니다.「백화점쯤 되는」곳이라면 시민을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그런데 결과적으로 속였으니 사기가 분명하다.백화점도 사기는 칠수 있다는 주장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백화점이 그런 사기에 가담한다는 사실이 새삼 환멸스럽다.백화점이 품질에 자부심을 걸고 다소 고가의 품목을 고집하는 일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이런 사기수법은 우리를 불쾌하게 한다.더구나 『입점업체가 한 일이지 백화점측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 것은 더 괘씸하다.그런 논리로라면 불양식품도 빠져나갈 것이다.그런 논리를 대법원의 판결주문이 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옳소!』하는 기분이다.

1992-09-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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