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외교 공감의 외교/한·중 우호시대에 부쳐/김정원(특별기고)

성숙한 외교 공감의 외교/한·중 우호시대에 부쳐/김정원(특별기고)

김정원 기자 기자
입력 1992-08-31 00:00
수정 1992-08-3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냉전체제 붕괴 이후의 새로운 세계질서의 구축과정에서도 여전히 적대적 위치에 남아 있던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국내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는 한국북방정책의 완성과 통일에의 한 걸음 전진을 의미하는 것이고 세계적 차원에서는 동북아에 있어서의 평화체제 구축의 토대를 닦았음을 의미한다.진정 반기고 기뻐해야 할 일이다.그러나 몇 가지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는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정리하는데 있어서 앞으로 우리외교는 좀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할것 같다.한중수교는 다만 시기가 문제였을뿐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일이다.따라서 대만측에서도 우리가 중국과 수교하게 되면 단교하게 되리란 것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다.그런데도 한중수교에 대만인들이 저토록 분개하는 것은 우리가 단교에 앞서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소홀히 한데서 온 결과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의리와 체면을 중시하는 그들로서는 자신들이 모욕받았다고 여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이로 인해 대만인들의 대한감정은 극도로 악화된 상태이다.악화된 대한감정은 차차 약화되겠지만 이는 앞으로의 대만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운신의 벽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아무리 중국과의 수교가 중요하더라도 정부가 좀 더 성의를 갖고 대만측에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했더라면 한·대만관계는 좀 더 부드럽게 마무리 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둘째 수교협상과정에 있어서 정부가 좀더 확실하고 외교 의원칙을 살려나갈 수는 없었던가 하는 점이다.과거사 청산문제에 있어 중국측의 사과가 있었다는 외무부장관의 공식성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측에서는 사과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실상 중국으로선 한국전쟁참전에 대한 유감표명을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우리정부는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중국측의 공식입장표명을 받아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그렇지 않고 이 문제를 대강 덮어둔채 넘어간다면 이 또한 장래의 양국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하나의 족쇄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원래 외교란 꾸준한 협의와 조정의 게임이다.일방적으로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그런점에서 어째서 중국은 남·북한과 동시수교를 하면서 한국은 대만과 단교해야만 하는가.설혹 어쩔 수 없이 단교해야만 할 상황이라면 그것을 근거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었는가.그리고 평소에 한국외교가 얼마나 얕잡아 보였기에 20억달러 경협운운하는 루머가 나돌게 되었는가.정부의 설득력있는 외교원칙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고 볼때 역시 아쉽다는 생각이다.자존이란 스스로 지키고자 노력할 때 얻을 수 있는 법이다.우리 외교의 자주성문제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이번과 같은 큰 역사적수교를 발표함에 있어 정부는 더욱 당당하게 멋있게 할수는 없었는가 하는 욕심이다.

물론 중국과의 수교가 그 특수한 성격으로 인하여 비밀을 유지해야 함은 이해할 수 있다.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비단 중국수교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중대사의 경우에도 흔히 국민은 아무것도 모르고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신문의 제1면을 장식하고 있는 충격적인 소식에 접하곤 했다.

그렇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옳거나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원칙론적으로 얘기하면 중요국가정책의 결정에는 국민적 합의의 도출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국민적 합의가 근본을 이루고 있는 정책이라야 원만히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정책결정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과도 부합한다.그렇다면 이번같은 중요 외교정책을 결정,발표하는 과정에 있어서 국민을 소외시켜서는 안된다는 측면과 현실외교상 필수적인 보안과 비밀유지측면이 어느정도로 조화를 이루었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 봄직하다.그런 점에서 우리 외교는 아직 미숙하며 좀 멋이 없다.외교정책 결정과정은 너무나 경직되고 제도화되어있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한·중수교로 동북아에는 새로운 국제관계형성의 가능성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그것은 아시아 집단안보체제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동북아 경제권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이러한 변환의 시기에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 어느때보다도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성숙된 외교능력이요,자주적인 외교자세다.변화에 대한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요,타국과의 협상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결코 거두어들이지 않는 자주적 자세가 필요하고 정책의 집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하겠다.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박사,하버드 법과대학 법학박사
1992-08-31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