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돼야 할 호화분묘(사설)

정비돼야 할 호화분묘(사설)

입력 1992-07-26 00:00
수정 1992-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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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분묘에 대한 일제 정비작업이 전개되리라고 한다.분묘제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정기준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턱없이 어마어마한 분묘를 마련하여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공권력의 철퇴가 내려지게 될 모양이다.

우리는 국토면적이 비좁아서 산사람들도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나라다.그런나라의 국민이면서 국토가 무한정 넓은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분묘의 사치에 집착하는 것이 우리다.살아서 호강하던 사람은 그 호강이 죽어 이후까지 함께 갈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호화분묘에 집착한다.이런 생각은 불식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법규에 어긋나는 분묘와 불법묘지에 대한 정비를 과감하고 엄격하게 해나갈 방침이라고 한다.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다.불법분묘의 문제는 국토이용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법형질변경 및 자연녹지 훼손에 이르는 갖가지 위법을 자행하게 해서 거기 따르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그 뿐만이 아니다.있는 사람들의 유택에 대한 호사와 욕심은,많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삶의 의욕을 저상시키는 결과까지 부르게 된다.산사람 발뻗고 살 공간도 절대적으로 모자란데 죽은이가 제왕의 유실처럼 거대한 면적을 차지하게 한다는 것은 더불어사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그런 사상이 내포된 법이 엄격하게 지켜만 진다면 이런 일은 발생 단계에서 차단된다.그런 뜻에서도 호화분묘 정비계획은 엄격히 집행되어야 한다.

호화분묘문제에서 특히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불법의 주인공이 한결같이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사실이다.전직장관에 국회의원,재벌급 부자와 명망있는 사회 저명인사들이 즐비하게 단속된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살아서 누린 영화를 죽기까지 연장시키려는 이기주의가 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일이 국민에게,국가의 인상을 얼마나 손상시키는지를 생각한다면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더구나 국정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 국무위원이나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이토록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사실이 불쾌감을 치솟게 한다.

당국이 호화분묘단속을 하면서 함께 진행할 일이 있다.대표적 사회지도층의 분묘 현황을 공개하여 확연히 밝혀주고 불법한 부분은 솔선하여 정비하게 하는 일이다.남은부분은 강제력도 불사하고 새로운 부조리를 감시해야 한다. 우리가 지닌 분묘에 관한 인식과 의식에도 변화가 와야한다.조상의 묘소규모와 효가 상징적 함수관계에 있고,명당사상이 뿌리깊게 자리잡아온 우리에게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 것이 분묘에 얽힌 의식이다.그러나 묘소의 규모가 효와는 관계가 없고 마침내는 살아있는 사람의 하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빈축과 손가락질로 조상을 욕먹이고,당대를 벗어나 자손에게 맡겨질 경우 불화와 불효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세월이 흐를수록 그같은 현상은 더 심화한다.미래도 책임질수 없고 현재도 부담만 되는 일을 더이상 고집하기 보다는 냉철하게 현대적인 사고에 적응하는 편이 현명하다.정책도 그런 맥락에서 발상되어 많은 선택이 개발되고 종교등 사회교육의 분담기관에서도 협조하여 사회분위기의 변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992-07-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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