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업 육성」외치는데… 그 저의·실태(오늘의 북한)

「경공업 육성」외치는데… 그 저의·실태(오늘의 북한)

김수정 기자 기자
입력 1992-06-22 00:00
수정 1992-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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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난 극심/비누·작업복까지 제한 지급/직물생산 연6억m… 우리의 10%선/섬유빼고 대부분 가내수공업 수준/「3년발전계획」 성과없자 주민에 증산 독려

북한은 지난 9일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당면한 중요 과업 가운데 하나가 당의 경공업혁명방침을 관철,「인민소비품」(생필품)생산에서 획기적 전환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전군중적 운동으로 전개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이날 당기관지 로동신문 사설을 통해 『전당 전국 전민이 떨쳐나서 경공업혁명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 현 시기 당이 제기하는 중요한 요구』라고 지적하면서 경공업혁명방침을 무조건 관철시키기 위해 방직·신발·식료가공·일용공업부문의 공장들을 총가동,생필품증산에 주력할 것을 주장했다.

로동신문은 이어 경공업공장에 대한 원료·자재·동력공급문제를 원활히 해결할 것과 함께 ▲지방공업 강화 ▲가내작업반 및 부업반 활성화를 통한 「8·3인민소비품 생산운동」강화 ▲관련 경제부문의 경공업지원확대 ▲경공업부문에 대한 당적지도 강화 등을 강조했다.관변 언론을 통한 이같은 「경공업 혁명」촉구는 물으나마나 크게 부족한 생필품증산을 부축하기 위한 것인데 북한은 지난 89년 7월부터 「경공업발전3개년계획」(89년7월∼92년6월)을 추진해왔으나 완료시한이 다 되도록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관련부문 종사자들에 대한 역할배가및 증산독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공업은 이른바 사회주의 공업화를 위한 중공업우선정책에 밀려 그동안 지방경공업공장 중심으로 주민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상품을 생산하는 선에서 명맥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와같은 사실은 북한이 6·25동란 이후 추진해온 각 경제계획 기간중 중공업부문에는 총투자비의 80% 이상을 집중적으로 투자한 반면 경공업부문에는 고작 20% 미만의 투자만을 한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자업자득이랄수 밖에는 없지만 이와같은 제한적 경공업정책은 일부 섬유공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북한공업을 가내수공업형태의 지방공장수준으로 끌어내린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약 4천여개의 지방경공업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같은 수치는 지난 90년 북한의 관영 중앙통신이 각 군마다 평균 25개의 지방경공업공장이 가동되고 있다고 전한 보도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그나마 이들 지방경공업공장에서 생산되는 품목은 기본적인 생필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품질 또한 보잘 것 없다는게 북한을 방문했던 해외거주 교포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예컨대 식료품공업의 경우 북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번창하고 있는 인스턴트식품류는 생산되지 않고 있으며 가공식품도 농축산물을 이용한 기초식품­된장·두부·국수·물엿·통조림류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경공업의 낙후상은 지난 84년부터 전개해오고 있는 「8·3인민소비품생산운동」에서도 시사되고 있다.

「8·3인민소비품생산운동」이란 김정일이 84년 8월3일 평양서 개막된 「전국경공업제품전시장」을 시찰하는 가운데 『전국의 공장·기업소내의 가내 작업반을 확대 조직해 부산품및 폐기물을 이용해 생필품을 생산 할 것』을 지시한데서 비롯된 것으로서 지금까지 북한의 대표적인 생필품생산운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한의 경공업수준은 경공업부문의 주요 생산현황을 통해서도 가늠할 수가 있다.북한은 오는 93년에 끝나는 제3차 7개년경제계획기간중 직물 15억m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90년말 현재 6억7천m를 생산,한국의 67억3천m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TV생산량에서도 북한은 연간 24만대에 불과,한국의 1천4백50만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은 이같은 경공업의 낙후가 주민생활을 짓누르고 나아가서는 북한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기미를 보이자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공업부문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80년 10월 제6차당대회에서 설정한 「80년대 10대전망목표」에 의식주 관련 대상을 다수 포함시킨데 이어 84년 김일성신년사에서 「경공업혁명」을 추진할 것임을 제시한 것,그리고 89년을 「경공업의 해」로 지정하고 같은 해 6월 당6기16차전원회의서 「경공업발전3개년계획」(89년∼91년)을 제시한 한 것 등은 북한이 80년대 이후 경공업육성정책에 부심해왔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특히 북한은 「경공업발전3개년계획」에서 ▲방직공업부문에서는 입는 문제를 높은 수준에서 해결하고 ▲식료가공공업부문에서는 10년 안에 식료가공품을 3.2배 증대시키며 ▲일용품공업부문에서는 10년내에 일용품을 2..·5배 증산한다는 등의 목표를 내세우면서 향후 2∼3년 안에 전반적 경공업제품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공업발전3개년계획」이 종료된지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계획의 성과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당국이 새삼스럽게 경공업혁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위 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실토한 것으로 보인다.

근래 북한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은 북한당국의 생필품사정이 90년대 들어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는 최근 북한당국이 세탁비누를 가구당 8개(기준량 47개),신발 1인당 1켤레(기준량 4켤레),작업복의 경우 1인당 1벌(기준량 2벌)씩 지급하는 등 기초생필품마저 기준량보다 감량 지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이들 상품들의 암시세가 정상가격의 20∼40배로 형성되고 있는데서 뒷받침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경공업발전방안으로 「경공업현대화」를 외치고 있지만 북한 경제가 이를 수용할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경공업의 낙후로부터의 탈출은 앞으로도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수정기자>
1992-06-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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