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2-05-28 00:00
수정 199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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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일어난 일본의 관동대지진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비극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있다」는 고약한 일본인의 헛소문 한마디가 6천6백명의 조선인을 살해하고 수만명을 부상케 했다.몇년전에는 꼬리 아홉달린 여우가 대공원 동물원을 탈출했다해서 어린이들이 밤중에 화장실도 못가는 촌극이 벌어졌다.◆어떤 것은 희화적 해프닝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엄청난 비극을 몰고 올수 있는 것이 헛소문(루머)이다.가장 빠른 말은 발없는 말이고 가장 빠른 통신은 AP통신 아닌 UB통신(유언비어)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유언비어의 속성을 상징하는 말들이다.◆최근 한남투자신탁이라는 한 지방투신사가 루머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그 여파는 한 회사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의 같은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자칫하면 엄청난 금융공황위기까지 갈뻔했다.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정부가 해명하고 전 언론이 설명해도 아직도 파문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첫째는 무지에서,둘째는 불신에서,셋째는 반사이익을 노리는 고의에서 온다.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고객들이 투신이 어떤 성격의 회사인지 기본지식만 있었더라도 파문은 줄일 수 있었다.국민 상당수는 국제수지가 어떻고 우루과이라운드가 뭐라는 수준에 있다.◆그러나 이번 투신예금인출사태를 보면서 그동안 헛 경제지식을 배운게 아닌가 싶다.91년 1년동안 증시문중 80%가 허위라는 통계도 있다.유언비어는 세균과 같다.체질이 약한 사회에서 횡행하기 때문이다.반사이익을 노려 헛소문을 퍼뜨린 측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를 맹신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왜 이런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위력을 발휘하는지도 다같이 생각해 봐야한다.

1992-05-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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