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념이나 작품의 원형은 옛 선인들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그것은 시공을 초월한 진리의 보편성을 말하는 것이지 표절을 정당화 하지는 못한다.모작과 표절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결코 표절이 아니며 어떤 원형의 소재에 예술적 조화와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했다.그런데 모방의 한계를 벗어나기 때문에 항상 말썽이 되고 있다.이른바 「표절시비」.◆표절시비는 우리 사회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미국에서도 앨릭스 헤일리의 「뿌리」와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가 오래전에 발표된 무명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피카소의 그림과 볼테르의 시중에서도 표절이냐 묘작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 적도 있다.◆그러나 우리의 표절은 그 질이 낯뜨겁고 치사하다는데 문제가 있다.미술·음악·영화 등 예술분야는 물론이고 문학작품과 학술논문에 이르기까지 「베껴먹기」가 다반사처럼 되어 있다.그래서 해마다 한번쯤은 표절시비로 학계와 문화·예술계가 몸살을 앓곤 한다.◆지금 미술계에서는 또하나의 표절시비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올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수상작인 「또다른 꿈」이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진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합성했다는 것.미술협회에서는『흑백 사진작품을 원용해 컬러누드화로 제작한 만큼 엄밀한 의미에서 표절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사실여부는 알수 없지만 그 진위는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예술분야의 창작행위는 독창성이 생명의 시발점이며 종착역이다.그런데도 예술가들이 남의 작품을 베껴 그것을 자기것으로 발표하는 것은 양심을 저버린 도둑질에 다름없다.이런 부끄러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만 바랄뿐이다.
1991-12-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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